[김용석 기자의 digi談]‘개념전쟁’의 시대, 승부처는 창조력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반미(反美)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취할 건가.”

“서울 거리에서 나를 환영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신문에서 봤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새 대통령과 새 정책을 반기고 있다. 우리는 동맹과 우방들의 경험을 들을 것이다.”

한 신문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질문은 ‘반미’라는 전제 아래 대응 방법을 묻고 있습니다.

하지만 답변은 미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이에 부응하는 자신들의 노력을 말하고 있죠.

질문자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면 ‘반미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질문의 전제에 동의하는 함정에 빠졌을 것입니다.

기업의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휴대전화로 음악도 듣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고 선전할 때, KTF가 “우리도 다 된다”며 경쟁을 벌인다면 2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KTF는 “이제는 화상전화 시대”라며 3세대(3G) 이동통신 브랜드인 ‘쇼(SHOW)’를 내세웠습니다.

경쟁의 프레임을 바꾼 덕분에 KTF는 2년 남짓한 기간에 3G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남의 집 안방(1위 기업이 만들어 놓은 시장)에서 싸운다면 암만 태권도와 복싱을 연마해도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싸움판을 동네 공터(기존의 경쟁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장)로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인텔의 케이스는 반대입니다.

인텔의 안방 같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AMD와 같은 경쟁사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위협을 느낀 인텔은 ‘386’ ‘486’ 등 성능 기준으로 구분되는 CPU 시장이 이미 자신의 안방이 아니라 동네 공터가 돼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586’은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인텔은 ‘펜티엄’ ‘센트리노’와 같은 새로운 안방을 만들어 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모아 ‘개념 전쟁(Concept War)’이라고 이름을 붙여 지면에 소개했습니다.

▶19일자 B3면 기사 참조
글로벌 IT업체들 “내가 원조” 전쟁

개념 전쟁은 진정 우리가 ‘창조력이 승부를 가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