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직급 벽 허문 인사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1급직 창사 첫 사내공모

지원자 60%가 하위직급

보수적인 공기업의 대명사로 꼽혔던 한국전력공사가 공기업으로는 파격적으로 실험적인 인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2∼6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직급 직위(처장, 실장. 해외 사무소장 등 54개 자리)를 대상으로 사내 공모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과거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하위직급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고 7일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까지 전 직원을 1∼7직급으로 나누고 해당 직급별로 직위도 고정시켜 놨다. 예를 들어 아무리 일을 잘해도 3직급 직원은 1직급 직위인 처장이나 실장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능력만 있으면 하위 직급도 상위 직급의 일을 맡을 수 있다”는 김쌍수 한전 사장의 방침에 따라 공개경쟁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6일 마감된 54개의 1직급 직위에는 모두 179명이 지원했다. 1인당 3지망까지 복수지원할 수 있는데 평균 2.4개씩 지원해 최종 경쟁률은 7.9 대 1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과거에는 1직급 직위에 지원할 수 없었던 하위직급의 지원자가 약 60%를 차지한 것.

한전 인사 담당자는 “열심히 일해 능력을 인정받으면 빨리 승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조직 전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며 “이번엔 1직급에만 공개경쟁을 실시했지만 향후 상위직급부터 하위직급으로 순차적으로 공개경쟁을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해 말 1직급과 2직급을 통폐합하는 등 7개 직급체계를 5개로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직급이 1직급의 직위를 맡을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이는 지난해 8월 LG전자 부회장을 지낸 김 사장이 취임하면서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해 효율성과 혁신을 이루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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