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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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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3.3m²에 1800만원… 근처 분당 1300만원대까지 하락
억대 대출금 이자부담에 허덕… “자금계획 없이 청약한 내 잘못”
“로또에 당첨됐다고, 떼돈 벌었다며 다들 ‘한턱 쏘라’고 했죠. 지금은 대출이자 부담에, 추가 대출도 막혀 막막하기만 합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126m²(38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개업의 김정현(가명·40·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아이 넷에 아내, 부모님까지 8명의 식구가 112m²(34평형) 아파트에 전세(3억8000만 원)로 살고 있다. 당초 김 씨는 서울 관악구에 집을 사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판교’라는 곳을 알려줬다.
○ 환호가 한숨으로
2006년 전국은 판교 광풍으로 들썩였다.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데다 환경친화적 주거단지가 조성돼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라고들 했다. 판교 청약 경쟁률은 최고 2073 대 1까지 치솟았다.
김 씨가 당첨된 아파트는 분양가 5억1000만 원에 채권손실액(매입한 채권을 할인해 팔면서 생기는 손실) 1억2000만 원을 합쳐 실제 분양가가 6억3000만 원이다.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3.3m²당 실제 분양가는 1800만 원으로, 이는 분양가 1300만 원에 투기 방지를 위해 채권입찰제를 적용해서 채권손실액 500만 원을 더한 액수다. 당시 3.3m²당 2000만 원에 달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90% 수준으로 결정한 것.
현재 분당의 집값은 급매물의 경우 3.3m²당 1300만∼1500만 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6억3000만 원 중 계약금과 중도금, 채권 매입을 위해 현재까지 김 씨가 대출받은 금액은 2억7000만 원. 자기 돈으로 낸 것은 1000만 원. 앞으로 내야 할 중도금과 잔금은 3억5000만 원이다.
전세금 3억8000만 원을 빼기 전까지는 대출을 받아 융통하려고 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출이 막혀 버렸다.
“여러 은행에 대출 문의를 했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려면 추가로 대출해 주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자금 조달을 낙관한 채 덜컥 청약부터 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 ‘족쇄’가 된 판교
600만∼800만 원이었던 의사 김 씨의 병원 월수입은 경기 침체로 20%가량 줄었다. 임차료, 인건비 등 한 달 병원운영비 1500만 원은 그대로다.
“이자비용 160만 원에 여덟 식구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병원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내년 초 서울 외곽지역으로 병원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혈액검사기, 초음파기기 등 자주 쓰지 않는 의료기기도 처분할 예정이다. 그래도 부족한 금액은 연체할 수밖에 없다.
김 씨는 “연체이자율이 19%나 된다지만 어쩔 수 없다”며 “내가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판교는 이달 31일부터 입주를 시작하지만 입주가 예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입주 예정자들이 기존 주택을 팔거나 전세를 놓아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입자나 세입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판교 아파트 145m²(44평형)를 분양받은 구모(52·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살고 있는 집을 팔아 중도금을 내려고 했는데 최고가 대비 40%나 떨어졌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판교를 선택한 건 ‘바보짓’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믿고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았고, 은행들도 앞 다퉈 대출을 해 줘 위험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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