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달새…” 美도 EU도 인플레 걱정하다 디플레 ‘벼락’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바닥이 어딘지…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턱을 괸 채 앉아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8,000 선이 무너지면서 5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바닥이 어딘지…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턱을 괸 채 앉아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8,000 선이 무너지면서 5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美 지난달 소비자 물가 사상최대 하락

씨티株 폭락… 다우지수 8,000 무너져

자산하락→소비위축… 인플레보다 타격

유럽, 침체 막기 1300억유로 투입할듯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자산가치 급락과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한 번 빠지면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더 크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도 디플레이션이었다.

19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000 선이 무너지는 등 폭락세를 연출했다.

○ 글로벌 경제 디플레이션에 빠지나

미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소비자물가가 급락한 것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은 14.2%나 떨어졌다.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 역시 전월 대비 2.8% 하락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0.1%나 하락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뜻이다.

또 미 노동부는 20일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한 사람이 2주 전 51만5000명에서 지난주 54만2000명으로 2만7000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1992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최대 신청자 수다.

도널드 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19일 연설에서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지만 4, 5개월 전에 비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졌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도 10월 소비자물가가 4.5%나 내려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문제였지만 내년에는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18일 “아직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에서 디플레이션의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ECB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 뉴욕증시 ‘끝없는’ 추락

디플레이션 공포와 자동차 제조업체 도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19일 뉴욕증시를 폭락으로 이끌었다.

다우지수는 5.07% 하락했다. 다우지수 종가가 8,000을 밑돈 것은 5년 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다우지수는 이날 폭락으로 이달 들어 14.2% 급락했다.

특히 금융주는 이날 쑥대밭이 됐다. 씨티그룹은 23.4% 하락하면서 6.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3년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아직 바닥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 경기부양에 나서는 유럽연합(EU)

EU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1300억 유로(약 1641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언론들은 19일 “EU 27개 회원국이 앞으로 2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1%를 출연하는 방식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위원장이 이끄는 EU 집행위원회가 26일까지 계획을 확정한 뒤 내달 10일 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의 요하네스 라이텐버그 대변인은 이날 “아직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경기부양의 규모를 말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지만 미하엘 그로스 독일 경제장관은 “전체적으로 약 1300억 유로가 투입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지난주 유로존은 3분기(7∼9월) 성장률이 평균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유로화 등장 이후 최초로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통계가 나왔으며 EU 전체로도 성장률이 0.2% 감소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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