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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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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사업은 불황 없다…KT-SK브로드밴드-LG데이콤, IPTV에 4조 투자
R&D투자 활로찾는다…티맥스소프트-엑셈 등 SW인력 대규모 채용 나서
동부그룹은 최근 미국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현재 10여 명인 미국 법인 직원을 40∼60명 선으로 늘리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미국 유력 반도체 업체들의 감원이 늘어나면서 우수 인재를 확보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부 기업이 투자 및 고용을 늘리거나 예정된 투자를 줄이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집행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쥐어짜기 경영’이 훨씬 우세한 현재 국내 경제계 분위기 속에서 눈여겨볼 만한 움직임이다.
이 같은 ‘공격 경영’은 앞으로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 호전되고 수요가 늘어났을 때 지금 투자를 주저했던 경쟁기업보다 더 큰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실질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과 과거 불황기 때 늘린 투자가 호경기에 큰 성과를 올리게 한 ‘학습 효과’도 이들 기업이 적극적 투자에 나선 배경이 되고 있다.
○ 과거의 ‘학습 효과’를 기억하자
최근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거나 예년 수준을 유지하려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불황 시절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경험이 있다.
내년 중 6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2∼1985년 세계 철강업계를 휩쓴 ‘철강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세계 철강업계의 ‘거물(巨物)’로 성장했다.
당시 공급 과잉으로 철강제품 가격이 33%가량 떨어져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포스코는 1985년 광양제철소를 착공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했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세계 철강업계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를 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현재 명예회장인 박태준 당시 사장은 투자를 강행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1986년부터 국제유가와 국제금리, 달러가치가 낮아져 1989년까지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3저(低) 호황시대’를 맞아 생산 능력을 확충한 포스코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이후 1991∼1994년, 2001∼2002년에 다시 찾아온 철강 불황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 세계 2위권 철강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신세계도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과감하고 빠른 결단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회사다. 당시 신세계는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홀세일’을 약 1300억 원에 매각한 뒤 이 자금으로 전국 핵심 상권의 이마트 용지를 저렴하게 확보했다. 이때 확보한 이마트 용지는 이후 신세계가 대형마트 부문 1위에 오르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에 ‘두 번째로 맞은’ 기회에서도 신세계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중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부산 센텀시티점과 의정부역사점 등을 오픈하고, 이마트 점포를 국내와 중국에서 25개 정도 늘릴 방침이다.
○ “미디어 등 유망 사업 투자 늘려”
KT는 정부 규제완화로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인터넷TV(IPTV)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 만큼 통신망 고도화, 콘텐츠, 방송시스템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통신시장 축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IPTV를 통한 미디어 분야 진출에 사운을 걸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도 이 분야에 각각 1조6000억 원, 92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LS그룹 계열사인 LS엠트론도 이달 5일 자동차부품 회사인 대성전기공업을 인수했다. 자동차부품 사업 진출을 통해 기존 기초소재 및 전기분야 연구개발(R&D) 역량과 전장부품 제조 기술을 연계하려는 의도다.
올해 상반기 이랜드그룹으로부터 대형 마트 체인인 ‘홈에버’를 인수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최근 신규 사업 분야인 베이커리 시장 진출을 위해 ‘아티제 블랑제리’를 설립해 유통 그룹 체제를 갖췄다.
○ 중견 및 중소기업도 있다
토종 커피전문점 체인인 ‘카페베네’는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기존 점포들이 철수하거나 폐업해 공실(空室)이 늘어나는 데 착안해 건물주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 브랜드들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건물주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티맥스소프트는 내년 4월로 예정된 국산 운영체제(OS) 개발을 위해 올해 700여 명을 신규 채용해 500여 명을 R&D에 투입했다.
이 회사는 내년 초에도 개발자 300여 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동종업체인 엑셈도 내년에 연구, 기술팀 인력을 최대 두 배로 보강해 기존 자사 제품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통합 프레임워크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국내 외국계기업도 공격투자
올림푸스한국 “신사옥 짓고 R&D 인원 더 뽑겠다”
BMW코리아 “딜러지원 대폭 확대 등 마케팅 강화”
ADT캡스 “인력 7% 확충… 선제투자로 시장공략”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에서도 내년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들이 눈에 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비교적 튼튼해 경제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비 감소 추세가 완만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해부터 해외 글로벌 기업의 한국 현지법인으로는 드물게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신(新)사옥을 짓고 있다. 지상 12층과 5층으로 이뤄진 2개 동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올림푸스한국 신사옥에는 연구개발(R&D)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중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확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줄기세포 관련 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 바이오 업체 ‘사이토리’와 제휴를 맺은 상태로 조만간 줄기세포를 활용한 성형 재건술 분야 연구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BMW코리아도 내년 중 딜러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외환위기 시절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등 대대적으로 긴축 경영에 들어갔을 때 딜러에게 저리(低利) 자금을 빌려주고, 전시 차량을 무료 대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경험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컨설팅 및 시스템통합 업체인 액센추어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리기로 했다. 경기 침체기에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IT 투자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한국 사업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생각이다.
보안업체인 ADT캡스도 선제적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출동 인력을 7.2% 늘리고, 내년 중 출동 차량을 5∼10%가량 늘릴 계획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