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실사 - 최종가격 협상 남겨… 금융위기가 변수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 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

부동산 매각-차입등으로 4조 이상 더 마련해야

김승연 회장 뚝심 - 인수팀 조직력으로 밀어붙여

“제2 도약 기회” “자금난 우려” 시장 반응 엇갈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戰)에서 한화그룹이 일단 ‘9분 능선’을 넘었다.

앞으로 본실사(本實査)와 최종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대우조선 인수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한화로서는 대우조선을 손에 넣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제2의 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침체기에 대형 M&A를 성사시키는 것이 자칫하면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확정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 판단하기는 아직은 일러 보인다.

○ 한화 처음부터 “우리가 이길 것” 자신감

한화가 올해 4월 대우조선 인수를 선언할 때만해도 시장에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한화의 인수 가능성을 점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오너의 강한 의지’였다.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김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한화 관계자들은 시장의 시각과 달리 줄곧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너의 강한 의지’는 인수 추진팀의 유기적인 팀워크로 이어졌다.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을 주축으로 한 전략기획, 재무, 홍보 등 각 부문 베테랑으로 구성된 추진팀은 위기 때마다 발 빠른 대응으로 극복했다.

강력한 라이벌이던 포스코-GS 컨소시엄이 입찰 막판에 결별하며 입찰 자격을 박탈당하는 운(運)도 빼놓을 수 없는 승리 요인 중 하나다.

○ 사장단 회의 열어 후속대책 논의

한화 임직원들은 산업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나온 24일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지만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아직 최종 계약이 남아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다.

한화는 산업은행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통보받은 직후 서울 중구 장교동 본사에서 금 실장 주재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회장은 금 실장을 통해 인수 작업을 담당했던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마지막까지 선전(善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화는 곧바로 실사단을 구성하는 한편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 투자자, 국민연금 등과 접촉하기로 했다.

또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을 감안해 계열사별 경영 환경 전반에 걸쳐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대우조선을 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서 2017년에는 연간 매출 35조 원 규모의 세계 1위 조선·해양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 아직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아직 주인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한화가 본계약에 사인을 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 실사에 이어 최종 가격을 놓고 최대 주주이자 매각 주간사회사인 산업은행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해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한화가 입찰제안서에 써 냈던 가격보다 낮아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협상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체 자금이 부족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야 하는 한화로서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 위기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입찰가로 6조5000억 원 안팎을 써 낸 것으로 알려진 한화가 현재 보유한 현금은 2조 원 정도다.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 21.37%를 팔아 1조5170억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최근 공시했고, 부동산 매각을 통해 추가로 1조∼2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도 2조 원 정도는 빌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금융 위기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영상취재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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