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치는 개미들 ‘위험한 머니게임’

  • 입력 2008년 10월 21일 20시 48분


급등락 증시서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팔기 반복

전문가 “종목선정-장세예측 어긋나면 큰손해”

#1. 투자자 박모(61) 씨는 지난 주 초 증시가 급락하자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주와 조선주 1억 원 어치를 샀다. 다음 날 주가가 급등하면 하루 만에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주가는 더 떨어져 원금이 30% 넘게 손실이 났다. 박 씨는 "증시가 급등락 해 흐름만 잘 타면 단타매매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낭패를 봤다"며 허탈해했다.

#2. 장중 코스피 1,200선이 무너진 10일,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에는 고액 자산가 3, 4명이 주식 매입 주문을 냈다. 이 중 한 명은 40억 원 어치의 주식을 사 들였다. 이정아 마포지점장은 "투자금은 5000만 원에서 2억 원 사이가 많지만, 3~4억 원에서 때로 수 십억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지만 주가가 급락할 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증시 급등락기를 이용해 단타 매매로 수익을 올리려는 데이트레이더 형 투자자가 상당수지만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고액자산가들이 뭉칫돈을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가치 투자형 개미군단이다.

과연 증시의 마지막 버팀목으로 등장한 개미 투자자들은 달콤한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

●주가 급등락, 파도 타는 개미들

코스피가 80포인트 올랐던 14일,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오랜만에 1382억 원 어치를 순매입(매입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했지만 개인은 80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코스피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한 16일, 외국인은 6204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무려 5700억 원을 순매입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이어 개인은 17일(코스피 33.11포인트 하락)에는 5827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으며 20일(26.96포인트 상승)에는 560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나서서 매물을 받아주고, 개인투자자들은 반등장에서 주식을 파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여의도지점 곽상준 과장은 "이달 들어 장이 하루에도 5%이상 급등락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지난 달에 비해 단타 매매를 하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수원지점 전인원 대리도 "지난 주 변동폭이 큰 장세가 이어지면서 그 동안 잃은 투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단기 매매를 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들의 자금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류남현 부장은 "지난주부터 주가가 폭락하는 날 수 억 원씩 투자를 하는 개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고객들은 금융주를 중심으로 단타 매매를 하고 있지만 우량주에 2, 3년간 묻어두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단타 매매는 위험, 가치투자는 보상 클 듯

개인과 기관, 외국인들이 많이 산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에서는 개인도 상당한 수익을 냈다. 그러나 올해처럼 급락하는 장세에서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은 기관과 외국인이 산 종목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주가가 방향을 잃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에서 특별한 노하우 없이 단타매매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폭락할 때 사서 반등할 때 팔면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종목 선정을 잘못하거나 예측이 어긋나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인원 대리는 "단타 매매를 한 고객 중 일부는 하루에 10%씩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20~30%씩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액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주식 투자를 해 온 투자의 고수들이 많다.

이정아 지점장은 "고액 투자자 중 상당수는 과거부터 꾸준히 주식투자를 해 왔지만 최근 1, 2년 동안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주가가 많이 빠지자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투자하는 종목도 업종 대표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류남현 부장도 "최근 수 억 원을 투자한 고객들 중에서는 지난해 증시가 활황일 때 주식에서 팔고 주가가 하락하자 다시 투자에 나선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요즘처럼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전문가들도 장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경력이 수십 년 된 단타 매매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섣불리 이를 따라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우므로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단기에 증시가 반등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국내 기업 주가는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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