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진화의 끝’ 보이는 내연기관 엔진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최근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신차(新車)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섹시한 디자인과 넘치는 첨단 편의장비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의 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자동차의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엔진들은 출력 상승이 한계점에 달했습니다.

환경기준이 엄격해지고 유가(油價)가 폭등함에 따라 연료를 적게 소비하면서 오염물질의 배출이 줄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동일 배기량의 엔진을 놓고 볼 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마진은 10∼15% 정도밖에는 안 된다고 합니다. 10년 전 2.0L 일반 자연흡기 엔진의 최고출력이 120마력 안팎이었는데 현재는 160마력 안팎으로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더 개선된다고 해도 180마력 정도가 한계라는 의미죠.

내연기관용 자동변속기의 진화도 끝이 보입니다. 수입 고급 대형차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나왔고 곧 국산 소형차도 6단 변속기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게다가 자동화된 수동변속기도 수입차 업체를 중심으로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변속 과정에서 손실되는 출력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자동차회사는 과거와 비슷한 자동차로는 판매에 한계를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처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모델과 예쁜 장난감 같은 디자인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블루투스 장치, USB 입력장치 등은 자동차의 기본적인 성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운행과 직접 상관이 없는 전자기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高)출력화로 자동차에서 관심이 멀어지려 하는 소비자들을 잡고 있습니다. 최고출력이 500마력을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C63AMG나 BMW M5 등이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마지막 파티’를 즐겨보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화려해지고 강해지는 상황이 로마제국이 멸망하기 전에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던 모습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의 상용화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그날이 올 때까지 소비자들이 화려한 편의장치에 너무 현혹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폐차(廢車)할 때 고장이 나지도 않은 전자장비들도 함께 묻혀버리니까요.

석동빈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