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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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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도 못하고”… 수입중단까지”
《최근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는 급락)으로 식품업계도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 등 곡물 수입량이 많은 식품회사는 환율 위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죠.》
밀가루 제조에 쓰이는 원맥(原麥)이나 설탕을 만드는 원당(原糖)에 필요한 옥수수 모두 외국에서 들여오는 곡물입니다. 회사별로 수입 물량이 연간 수십만 t에 이르는데 환율 급등으로 원가부담이 최대 60%까지 높아졌다고 합니다.
연간 10억 달러어치의 곡물을 들여오는 CJ제일제당은 환율이 달러당 100원 오를 때마다 5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결국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1∼6월) 수입해놓은 곡물을 우선 사용하기로 하고 추가 곡물 수입은 잠정 중단했습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초 경영계획에서 잡았던 환율이 달러당 935∼940원이었는데 1400원 가까이 치솟자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재고량도 원당은 1개월치, 원맥은 5, 6개월치에 불과해 무작정 버틸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7월 물가 안정을 위해 밀가루 가격을 낮췄던 대한제분은 갑작스러운 환율 상승으로 연간 환차손이 800억 원대에 이르자 다시 가격을 올릴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당초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대상은 환율이 오름세를 타면서 연간 3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각오했지만 최근 상황이 악화되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와인의 대중화로 최근 2, 3년 새 우후죽순 생겨난 와인 수입사도 폭등하는 와인 수입가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프랑스 레드와인인 무통 카데는 병당 2만6000원 안팎에서 3만 원 선으로 뛰었습니다. 연일 치솟는 환율 때문에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와인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여론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널뛰는 환율에 한동안 주춤하던 장바구니 물가도 들썩입니다. 이번 금융 불안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경제가 빨리 선순환(善循環) 구조로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정 효 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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