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中企 4개등급 나눠 차등지원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 당정, 유동성 지원방안 바로 시행키로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내년 6월까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특별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신규대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는 금융감독원이 주도해 은행들이 대출, 출자전환 등을 해주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 밖에 국책은행을 통해 4조3000억 원의 정책자금이 중소기업에 추가로 지원되고, 보증규모도 4조 원 확대된다. 한나라당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곧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A∼D등급 나눠 차등 지원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중소기업들을 4개 등급으로 나눠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소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의 등급분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은행들은 그 기준에 따라 거래기업을 △A등급(정상 기업) △B등급(일시적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 △C등급(부실 징후가 있지만 회생이 가능한 기업) △D등급(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으로 분류한다.

A, B등급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내년 6월까지 신보와 기보가 특별보증을 서줘 은행에서 신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C등급은 기업구조조정협약, 채권은행협약 등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제도를 적용해 출자전환, 신규대출, 이자율 감면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다. D등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은행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책임을 덜어주는 한편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패스트 트랙에 따라 이뤄진 대출이 부실화돼도 고의, 중과실이 없다면 해당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또 돈을 빌려준 은행이 이자 외에도 해당 기업의 신주인수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기업이 살아날 때 은행도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키코 피해 기업별로 지원방안 제시

영업이익이 나는 데도 키코 손실로 흑자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이 주채권 은행에 지원을 요청하면 금감원 중심으로 ‘키코 계약은행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협의회는 기업의 회생가능 여부를 점검한 뒤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기업이 원하는 방안을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일정 시점에 키코 거래로 인한 손실액을 확정하면 은행들이 손실액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도 새로 돈을 빌려주거나, 대출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대출의 규모가 크면 신보, 기보 등이 특별보증도 해줄 방침이다.

○정책자금 4조3000억 원 지원

정부는 올해 한국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 규모를 2조5000억 원에서 3조3000억 원으로, 기업은행은 24조 원에서 26조 원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은 6조5000억 원에서 7조 원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3개 국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은 3조3000억 원(10%) 증액된다. 이와 별도로 신보는 올해 말까지 1조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을 발행한다.

보증기관의 보증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의 올해 보증 규모는 28조 원에서 29조5000억 원으로, 기술보증기금은 11조 원에서 12조5000억 원으로, 지역신용보증재단은 5조3000억 원에서 6조3000억 원으로 늘어 전체 보증 규모는 4조 원(9%) 증액된다. 이 밖에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특례보증 규모도 1조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키코 피해기업 지원책 미흡”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지원 방안을 일단 반기면서도 ‘은행을 통한 차등 지원’이라는 방식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은 환영하지만 키코 거래 기업만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없고, 은행의 자율적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나름대로 우려를 내비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도하게 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걸러내느냐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키코(KIKO)

환율이 특정 구간 안에서 움직일 경우 사전에 계약한 가격에 외화를 팔 수 있도록 고안된 ‘환(換)헤지용 통화옵션 상품’의 일종. 환율이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계약을 한 기업은 옵션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지만 환율이 계약 구간의 하단 아래로 내려가면 그대로 계약이 종료(녹아웃)되고 반대로 상단 위로 올라가면(녹인) 현재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2, 3배의 외화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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