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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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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원짜리 토지 종부세 1836만원에서 1020만원으로
조세전문가 “보유세 강화하되 소득수준 감안해 과세를”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편으로 주택 종부세 부담이 최고 90% 이상 줄어들고, 종부세를 내는 사람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으로 주택 가격이 호가(呼價) 위주로 다소 오를 수 있지만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상태여서 거래가격이 갑자기 뛸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비합리적인 세제를 정상화하는 차원의 개편”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내리는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억 원짜리 집 종부세 90% 급감
공시가격 기준 10억 원짜리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56m²(17평형)를 갖고 있는 정모(45) 씨는 현행 제도에선 올해 종부세로 486만 원(재산세 차감 전 세액 기준)을 내야 한다.
지난해 80%였던 ‘과표 적용률’이 올해 90%로 오르는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다. 과표 적용률이란 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인 과세표준 가운데 세금에 반영되는 비율이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으로 종부세 부과기준이 9억 원으로 높아진 데다 세율은 1.5%에서 0.75%로 절반으로 낮아진다. 과표적용률도 80%로 동결된다.
이런 전제에 따라 정 씨가 내년에 내는 종부세는 48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편 전보다 90.1%나 줄어든 세액. 이마저도 재산세가 포함된 것이어서 순수하게 종부세의 취지로 부가된 금액은 더 줄어든다.
은퇴 후 11년째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공시가격 13억 원짜리 165m²(50평형) 삼풍아파트에 사는 윤모(66) 씨는 지난해 800만 원이 넘는 종부세를 냈다. 현 상태라면 올해 내는 종부세는 1000만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세율 인하 등으로 종부세가 192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윤 씨는 이 소식에 “지금까지 종부세를 내야 하는 12월이 무서울 지경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토지 종부세도 대폭 줄어든다. 수도권의 20억 원짜리 땅에 붙는 종부세는 지금대로라면 1836만 원이나 되지만 제도 개편 후에는 1020만 원으로 감소한다.
○22만 명 종부세 대상에서 빠질 듯
이번 종부세 개편의 핵심인 주택 종부세 과세대상을 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임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크게 줄어든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자(법인 제외)는 2006년 23만7000가구에서 2007년 37만9000가구로 늘었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 중 공시가격 6억∼9억 원인 주택을 갖고 있는 22만3000가구(58.8%)는 내년부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돼 종부세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종부세 대상 가구 중 보유주택 공시가격이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는 11만6000가구(30.6%), 15억 원 초과는 4만 가구(10.6%) 등 모두 15만여 가구이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 37만9000가구 가운데 서울 지역이 23만9000가구, 경기가 11만2000가구로 서울, 경기지역이 전체의 92.6%를 차지해 종부세 완화의 혜택은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대전(3400가구) 부산(3000가구) 대구(2900가구) 충남(2600가구) 등의 순이었다.
○“1주택자 종부세 폐지”주장도
기획재정부가 부동산세제와 관련해 한결같이 유지해 온 정책 기조는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다. 보유세의 한 종류인 종부세 인하는 이런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려면 세 부담이 고르게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종부세처럼 극소수에만 부담을 집중시키는 잘못된 제도는 일단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에 종부세를 완화했지만 보유세 강화 기조는 유지하면서 집값과 소득 수준을 감안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비싼 집에 산다고 거주자의 소득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한 세제상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종부세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완일 가나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투기 의도가 없는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완전히 없애는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