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300년 된 당산나무 지킨 현대重

  • 입력 2008년 8월 27일 06시 48분


울산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는 수령이 300년 된 해송 한 그루가 서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립되기(1972년) 이전부터 매년 삼짇날(음력 3월 3일)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동제(洞祭)를 지내는 당산(堂山)나무였다. 지금도 삼짇날만 되면 회사 인근 마을 주민 10여 명이 찾아와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높이 7.5m, 가슴높이 둘레 2.75m, 뿌리 부분 둘레 3.65m인 이 당산나무는 가지와 잎 등 나무 전체의 수관 폭이 21m에 이른다.

공장 건립 당시 이 나무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자 공사 관계자들이 나무를 베어버리자고 주장했으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극구 만류해 본관 앞에 살아남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본관(지상 15층, 지하 2층) 신축공사를 시작한 현대중공업은 당산나무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 본관 신축 터에 있던 이 나무 주위에 철제 가림막을 설치해 공사 과정에서 다치지 않게 했으며,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했다.

현재 이 당산나무는 이달 말 완공될 최첨단 유리 건물 본관 앞 양지바른 남쪽에 늠름하게 서 있다.

현대중공업은 본관이 완공되면 당산나무 주변에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작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환경단체인 울산 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은 “현대중공업의 당산나무 보호 노력은 환경을 지키려는 산업계의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고 평가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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