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가파르게 상승…물가상승 - 내수침체 우려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영향으로 9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국제 유가의 급등세는 멈췄지만 달러화의 강세로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외환당국이 달러 팔자 개입에 다시 나선 것.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높아지면 투기 세력의 가세로 환율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물가 상승 압력과 내수 침체를 불러올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내린 1049.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초반 연중 최고치(지난달 4일 1050.40원)를 넘어 1053원까지 올랐다. 장 초반과 장 막판 외환 당국의 실물 개입으로 추정되는 10억 달러 안팎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1050원 선 밑으로 다시 떨어졌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가 한풀 꺾인 것도 환율 상승을 제한했다.

최근 환율 상승은 원화가 달러에 대해 나 홀로 약세를 보였던 지난달 초와는 상황이 다르다. 유럽의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가 주요 국가의 통화에 대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수입물가 상승압박은 상당히 감소한 상태다.

문제는 환율이 오르는 속도.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보다 37.10원 올랐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긍정적”이라면서도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환율 상승 속도가 올해 상반기(1∼6월)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그 이전과 비교하면 가파른 편”이라며 “변동성을 줄여 투기 세력이 개입할 빌미를 없애고 경제 주체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도 “환율의 안정성이 민간 경제 활동에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이 지난달처럼 환율을 끌어내리려는 공격적인 의도보다는 환율 상승 속도와 변동성을 완만하게 조정하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차원의 개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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