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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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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가 11일 발표한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공공기관 및 공적자금투입기업 27곳을 민영화하고 2곳을 통합하며 12곳의 기능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9%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기로 했고 논란이 됐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통합이 결정됐다.
○ 공적자금 투입 기업 포함 27곳 우선 민영화
선진화추진위는 민영화 대상을 ‘시장에 참여해 민간과 경쟁하고 있거나 경쟁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한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이번에 새로 민영화가 결정된 곳은 뉴서울CC,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경북관광개발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5곳이다. 당초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던 대한주택보증, 한국공항공사, 한국감정원 등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선진화추진위는 인천국제공항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의 전문 공항운영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매각하기로 했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인천공항은 한국을 출입하는 국제적 관문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으면서 여건의 변화를 감안해 추가 매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우리금융지주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14개 기업은 원래 민영화 대상이었지만 이번 발표에서 ‘조속한 매각을 원칙으로 이달 말까지 금융위원회에서 세부 계획을 발표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한국산업은행과 자회사의 민영화도 계획대로 추진된다.
선진화추진위는 산은을 한국개발펀드(KDF)와 산은 지주회사로 나누고 그중 산은 지주회사는 자회사인 산은캐피탈 및 산은자산운용과 함께 민영화한다는 금융위의 기존 방침을 승인했다.
기업은행은 증시 상황에 따라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된다. 자회사인 기은캐피탈, 기은신용정보, IBK시스템도 모(母)기업과 함께 민영화가 추진된다.
○ 관광공사 등 12곳 기능 조정
공공부문에서 역할을 다했거나 관련성이 적은 사업 부문을 가진 공공기관 12곳은 기능이 조정된다.
선진화추진위는 면세점, 골프장, 관광단지 등 한국관광공사의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이 나눠 맡고 있던 4대 보험의 징수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된다.
KOTRA,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중복해서 맡고 있던 중소기업 수출지원업무도 조정된다. 국내에서의 수출지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맡게 되며 해외에서의 수출지원은 KOTRA로 단일화된다.
선진화추진위는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일산, 분당, 올림픽선수촌 스포츠센터를 매각하고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저압부문 안전관리 업무를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정부출연금이 점진적으로 폐지되면서 순수 민간기관으로 전환된다.
한국석유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비축사업 등 비핵심 업무의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자원개발 기능이 강화된다.
정부는 현재 세계 100위권에 머물고 있는 석유공사를 2012년까지 60위권의 석유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 예산 4조1000억 원을 포함해 19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체 인력 1200명 가운데 약 70%를 차지하는 비축사업 및 업무지원 등 비(非)개발 부문 인력은 자원개발 중심으로 재편한다.
유연탄 우라늄 구리 아연 니켈 철광석 등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전략광물 자원을 취급하는 광진공도 해외 직접투자 사업 중심의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대형화가 추진된다. 공사의 이름도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바꾸고 해외자원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개편도 동시에 진행한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택지개발기능 중복 등을 감안해 통폐합하고 기능을 조정하기로 했다.
○ 하반기부터 매각 착수, 법적 제도적 정비도 시작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선진화 방안을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배 차관은 “즉시 할 수 있는 것은 즉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선진화추진위도 “민영화 대상 기관은 하반기부터 매각 절차에 착수하되 구체적인 매각 시기는 적절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기로 했다”며 “민영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도 하반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화 방안의 대상인 공공기관 및 공적자금 투입 기업은 모두 319곳. 정부는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예정된 2, 3단계 선진화 방안 발표를 통해 이번 발표에서 제외된 나머지 공공기관 278곳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2, 3차 민영화 대상의 폭을 저울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연천 선진화추진위원장은 “우선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것부터 1단계 선진화 방안에 포함시켰다. 1단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넓어지면 향후 2단계 방안이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 3차 발표에서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모든 공공기관은 자동적으로 경영효율화 대상으로 편입된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남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조직 및 인력 감축, 효율성 10% 향상, 예산 10% 절감 등 경영효율화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게 된다.
선진화추진위는 “주공 및 토공, 관광공사, 인천공항,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공기업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