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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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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조선업체의 주가가 4일 일제히 급락한 것은 10여 년간 호황을 누려 온 한국의 조선산업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선박 발주가 기대에 미달할 수 있고 금융업계발 유동성 불안이 선박금융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조선업계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의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선 호황이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 조선업계 “개별선주 문제”
대형 조선업체의 수주계약 해지는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미포조선은 1999년 신(新)조선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도 2003년 액화천연가스(LNG)선 계약 취소가 있은 이후 5년 만이다.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 예상하지 못했던 수주계약 해지가 맞물리면서 조선 경기가 꺾이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인 계약 해지가 신용 경색 이슈와 맞물리면서 선주들의 자금 조달과 신규 수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건의 경우 선주인 컨테이너선 용선업체가 배를 빌려줄 물류회사를 찾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시각이다.
현대미포조선 계약 해지는 선주가 신생 회사여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일어난 일로 파악하고 있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계약 해지는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신용 경색에 따른 본격적인 계약 취소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대우조선의 경우 선주가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용선처를 확보하지 못한 데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해당 계약을 제외하고도 일감이 많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선수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정도 갖고 조선 경기가 꺾이는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 “오른 후판가격으로 새로운 계약”
수주 계약 해지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원자재인 후판 가격이 오르기 전에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인상된 후판 가격을 적용해 계약을 새로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번에 해지된 계약 건은 후판 가격이 t당 70만 원일 때 맺었지만 지금은 100만 원이 넘는다”며 “오른 가격에 새로 수주를 하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새로 수주를 해서 계약 해지된 물량을 채우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