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7월 3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디앤샵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가 2006년 분사한 회사입니다. 다음은 CJ그룹,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일부 기업에서 운영 중인 ‘님’ 호칭을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죠.
디앤샵은 분사 이후에도 모기업이었던 다음을 좇아 줄곧 ‘님’ 호칭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2월 이재웅 전 다음 대표 등이 보유한 디앤샵 지분을 GS홈쇼핑에 매각하면서 다음과 완전히 결별했습니다.
디앤샵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GS홈쇼핑 출신 김한준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님’ 호칭부터 없앴습니다.
“비록 사내(社內)에는 과장, 팀장과 같은 직급이 없지만 대외 업무가 많은 유통업이라는 회사 특성상 직원들 명함에는 ‘대외용’ 직급이 써 있었습니다. 초기 도입 취지는 좋았을지 몰라도 어느덧 불필요한 관행이 되어버린 셈이죠.” 김 사장은 “닷컴 기업이 창의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란 외부의 시각과 달리 불합리한 관행이 너무 많더라”고 전했습니다.
사실 김 사장도 1992년부터 인터넷 관련 업무를 해온 터라 닷컴 기업의 문화에 상당히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해에 전체 임직원의 30%가 회사를 떠나는 상황은 회사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한 거죠. 경영성과도 시급하지만 우선 임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주기 위해 호칭 문제부터 바꿨다고 합니다.
물론 10년 가까이 고수해온 ‘님’ 호칭을 없애는 데 일부 반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님’ 호칭을 없애고 직급제를 도입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음 관련 회사 때보다 조직 단결은 물론 업무 효율도 개선됐다는 것이 디앤샵 측 평가입니다.
10여 년 전 초기 1세대 닷컴 기업들은 혁신과 도전, 자율, 수평주의 등 독특한 기업문화를 자랑스럽게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 환경과 맞지 않는 ‘그들만의 문화’는 때로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디앤샵의 ‘호칭 변경’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정효진 기자 산업부 wiseweb@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