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울리고 웃기는 경유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물가상승 주범” 지탄 속 수출효자 큰몫

지난달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6개월 만에 멈췄습니다. 지식경제부가 2일 발표한 ‘2008년 5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5월 무역수지는 10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보였습니다.

▶본보 3일자 A1면 참조
물가 뛰고 소득 줄고…뒤로 가는 한국경제

우울한 경제지표가 연일 쏟아져 나오는 요즘 무역수지 흑자 반전은 그나마 수출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는 게 무역업계 반응입니다.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데 1등 공신은 조선업이었습니다. 선박 수출은 지난달 49억 달러로 단일 품목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선박 수출에 가렸지만 석유제품 수출도 흑자 반전에 큰 몫을 했습니다. 석유제품 수출은 37억2000만 달러로 선박(49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니까요.

특히 이 같은 석유제품 수출액은 국내 원유 수입액의 46%에 이르는 것이어서 조만간 수입액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원유 수입액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액 비중은 해외 수요 증가와 단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1월 29.3%에서 3월에는 41.1%에 이르는 등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경유가격의 역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최근 급상승한 경유 값은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 ‘서민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최대 이유’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석유제품이 수출 품목 2위에 오른 데다 석유제품 수출액 가운데 경유가 40%를 차지하면서 무역수지를 개선한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경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국내 정유회사들이 수출에 힘을 쏟은 덕분입니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에서는 “경유가 가벼울 ‘경(輕)’을 쓴 경유(輕油)가 아니라 놀랄 ‘경(驚)’을 쓴 경유(驚油)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놀라고, 정유회사는 소비자의 비난이 빗발치던 경유가 최대 수출상품이 된 것에 놀란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인 것 같습니다.

차지완 기자 산업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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