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 이긴 LG화학 여수 PVC공장 가보니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PVC제품 쉼없이 출하…활기 넘쳐

생산량 신기록 행진 세계6위 우뚝

《전남 여수공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의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 PVC공장. 최근 잇따른 정전(停電)사고로 어수선한 인근 다른 회사들과 달리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이 공장은 9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불과 1년 반 전 대규모 적자로 생산 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하고, 인력 구조조정으로 노사 간 마찰까지 빚었던 곳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

작년 422억 영업이익… “직원 사기 올라 주인의식 높아져”

공장에 들어서자 연간 120만 t으로 PVC 생산 국내 1위, 세계 6위 업체답지 않게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그 대신 대형 컨테이너에는 500kg짜리 PVC 포대가 쉼 없이 실리고 있었고, 공장 여기저기엔 25kg짜리 소형 포대들이 트럭을 기다리고 있었다. 500t, 1000t 규모의 공장 굴뚝같은 원통형 사일로(silo·굴뚝처럼 생긴 창고)에서는 대형 벌크 컨테이너 트럭으로 PVC를 쏟아 붓고 있었다.

LG화학 여수공장은 PVC를 비롯해 8개 단위 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PVC 공장은 1976년 가장 먼저 준공돼 30년 넘게 맏형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고유가와 중국의 공세에 밀려 2006년 288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생산 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하고 인력은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끊임없이 직원들과 대화했다.

LG화학 PVC공장장인 정종회 상무는 “회사의 진정성이 전달되면서 직원들도 생존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3월 이후 매월 생산량 신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회사 측은 지난해 300억 원가량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422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나타났다.

2006년 취임 이후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PVC처럼만 하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만큼 여수 PVC공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LG화학 내에서도 스피드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LG화학 여수공장 박점열 인사지원팀장은 “과거 수십 페이지에 이르던 보고서도 최대 3장으로 줄이고, 회의도 미리 회의 자료를 보고 와서 1시간 내에 결론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와 실적에 사측은 출퇴근길에 직원들에게 꽃을 선물하거나 가족들을 위한 여행, 음악회, 미혼 직원 소개팅 등 다양한 이벤트로 보답하고 있다. 정종회 상무는 “구성원의 사기가 주인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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