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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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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컨설팅을 요청한 원(45) 모 사장은 10년 간 운영하던 공장을 정리하고 지난해 12월 전복칼국수 음식점을 차렸다. 음식 장사는 처음이라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하루 매출이 3만~8만 원에 그쳐 가게 월세 내기도 벅차다고 했다.
●먹자골목 내 칼국수집
2일 정오를 갓 넘긴 시각에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과 함께 경기 안산시의 '△△칼국수'를 찾았다.
안산시가 전통음식거리로 조성한 댕이골 중간에 있는 가게였다. 댕이골은 과거 먹자골목을 정비한 곳으로, 산학협동단지와 한양대 안산 캠퍼스, 상록구청, 경찰서 등이 인접해 있다.
음식점 외관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궁서체 간판은 너무 밋밋했고, 간판과 이어지는 전면(前面) 유리창도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유리창에 부착된 풍경 사진과 메뉴 사진도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게 안은 아기자기한 화분으로 장식돼 깔끔했다. 무엇보다 가게 뒤로 숲과 이어진 정원이 보이는 게 큰 장점이었다.
메뉴는 전복칼국수, 전복회, 전복무침, 버섯 샤브샤브, 왕만두 등. 손님의 약 60%가 주문하는 칼국수는 깔끔한 국물과 통째로 들어간 전복이 특징이었다. 홍합탕과 함께 나오는 전복회도 별미였다.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대체로 다시 주문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머무른 시간에 이 곳을 찾은 손님은 6명에 불과했다. 주인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많다"며 한숨지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발달되지 않은 상권(商圈)이다.
먹자골목이라고 하지만 현 점포가 2년 가까이 비어 있을 정도로 상권이 침체돼 있었다. 게다가 골목 한중간에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어 입지가 좋지 않았다.
음식점 외관도 문제다.
먹자골목은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계획에 따라 일부러 방문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가족 고객이 적고, 데이트족이나 접대 고객이 많다. 그렇다면 '아웃테리어'에 신경을 써 지나가는 고객의 발길을 잡는 게 중요하다.
메뉴 구성도 주먹구구다.
전복 칼국수와 왕만두는 5000원이지만, 전복회와 전복무침은 각각 2만5000원이다. 메뉴 별로 가격차가 너무 크다.
전복회는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어서 찾는 사람이 열흘에 한 명 정도다. 게다가 전복 6개가 작은 접시에 담겨져 나오기 때문에 푸짐함이 떨어진다. 회식용으로 온 손님이 주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소장은 "5000원짜리 칼국수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큰 수입을 올리기 힘들다"며 "칼국수는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칼국수의 품질을 업그레이드 시킨 1만 원 대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해보세요
가게 뒤로 펼쳐진 정원을 적극 활용해 강점을 살려야 한다.
이 소장은 "정원을 잘 가꾼다면 손님을 끌어 모을 여력이 충분하다"며 "정원에 장독대도 갖다놓고 꽃도 예쁘게 심어 '꽃이 핀 정원이 있는 집'이란 입소문을 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관도 바꾸는 게 좋다.
이 소장은 정원과 점포 외관이 연계되는 아웃테리어를 추천했다. 이를 위해 출입문을 원목 느낌의 필름지로 바꾸고, 아트플라워 조명 등을 활용해 도심 속 자연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도록 권했다.
1만 원대 메뉴 개발도 필요하다. 이 소장은 "칼국수와 샤브샤브 용 해물과 쇠고기 등 식재료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안주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며 "홍합과 조개를 넣은 매운 콩나물찜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케팅도 강화해야 한다. 먹자골목에 있지만 유동인구가 적기 때문에 빠른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선 마케팅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우선 안산시의 댕기골 홈페이지에 음식점을 노출시키는 게 급선무다. 방송 출연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안산시 전체를 상권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적자가 누적된 상태여서 당장 수익원이 필요했다.
이 소장은 추가 수익원용으로 '맛 노하우 전수'를 추천했다. 그는 "전복 칼국수 맛을 내는 노하우를 다른 창업자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1회당 100만~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육수와 재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 가족잔치 음식대행 서비스 등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