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돈대는 은행들 무엇으로 ‘상환’받기에…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새봄을 맞은 필드에 ‘쩐의 전쟁’이라도 한바탕 펼쳐진 듯하다.

최근 주요 은행들이 앞 다투어 골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탱크’ 최경주와 3년간의 후원계약을 했다. 계약 조건을 둘러싼 막판 진통 속에서 3월 중순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 출전한 최경주를 만나기 위해 실무 책임자가 대회 장소를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지난해 신한동해오픈 챔피언이기도 한 최경주는 대회 초청료, CF 광고료,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총액 규모 70억 원 안팎의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는 유망주 김경태와 강성훈을 영입한 데 이어 향후 골프단을 육성할 계획까지 밝혔다.

신한은행이 ‘골프 에이스’ 위주의 스폰서를 지향한다면 하나은행은 유망한 새 얼굴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 후 신예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김인경과 계약한 데 이어 국가대표 출신 정재은(고려대)을 영입했다.

하나금융지주 정재훈 공보팀 차장은 “김인경은 억척스럽게 홀로 미국 객지 생활을 꾸려가는 당찬 면모에, 정재은은 차세대 재목이라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여자골프의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정재은은 3년 동안 3억 원을 받는다.

기업은행은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장정을 후원하고 있다. 장정은 자신의 모자에 새긴 ‘IBK’라는 기업은행 이니셜에 대해 외국 선수들이 궁금해 하자 “나는 버디 킬러(I'm a Birdie Killer)”라고 말한 적도 있다. 어쨌든 브랜드 노출에 효과가 있었던 셈.

하나은행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퀄리파잉 스쿨과 신인상을 후원하기도 했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통한 골프 마케팅도 활발하다.

국민은행은 올해에 한국여자프로골프 KB스타투어로 4개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전체 대회의 총상금 규모는 11억 원에 이른다. 특히 10월 KB스타투어 4차 대회는 총상금으로 5억 원을 책정해 메이저대회로 격상시켰다.

국민은행 측은 “골프대회를 통해 고객의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한편 잠재 고객의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30억 원이 넘는 홍보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외환은행은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KPGA투어 2008시즌 개막전인 KEB인비테이셔널을 후원했다. 중국 현지 시장 공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외환은행 관계자의 설명.

하나은행은 지난해 한국오픈과 국내 유일의 LPGA투어대회의 스폰서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골프에 매달리는 이유는 골프가 상류층의 스포츠라는 인식 속에서 고액 소득자 고객 유치와 자사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한국 골프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도 세계 정상급 수준이라 언론과 일반 팬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한편 일반 고객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저축은행의 골프 마케팅도 두드러진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다음 달에 국내남자프로골프투어 토마토저축은행오픈을 3회째 개최하며 골프단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은 골프단 운영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올해에도 강경남, 신용진, 김형성, 김창민, 김상기, 권명호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화저축은행골프단은 ‘사랑의 버디 기금’ 등을 통해 사회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달 초 모중경을 후원하면서 골프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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