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보호 도움” vs “무능 경영자 방패”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 ‘적대적 M&A 대비’ 상법 개정 재추진 찬반논란

법무부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대책을 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함에 따라 법제화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본보 3일자 A1면 참조

▶ “법무부, 기업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상법 개정 재추진”

재계는 방어장치가 마련되면 경영권 방어 비용을 투자로 돌릴 수 있어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장치가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할 뿐 주가의 발목을 잡아 소액주주에게 손해가 되며,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 차등의결권 도입 유력

상법 개정안에 담길 경영권 방어장치는 차등의결권과 독약(포이즌 필) 조항이 대표적이다. 차등의결권은 기존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에게 의결권이 2∼100개인 주식을 발행하는 제도.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스웨덴의 일부 기업이 도입했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가 시도될 때 이사회 결정으로 기존 주주에게 헐값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제도. M&A 세력이 주식을 50% 인수한다 해도 신주를 기존 물량만큼 발행하면 M&A 세력의 지분이 25%로 떨어져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이 밖에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기존 주주(정부)가 1주만 소유하고도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황금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유럽은 차등의결권 폐지 추세

현재 한국은 경영권 방어장치로 지분이 5%를 넘을 때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주식대량보유신고 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김주태 전국경제인연합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중요해도 출입국 심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처럼 자본시장 활성화가 시급해도 투기세력을 막기 위한 방어 장치를 빠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포스코 같은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

이에 대해 차등의결권이 무능 경영자의 경영권 보장 수단이 돼 결국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본이동자유화 규약이나 유럽연합(EU)의 기업인수 지침은 ‘주주 평등권을 침해하는 M&A 방지 장치를 운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은 차등의결권을 폐지하는 추세다.

○ 반대하던 재정부, 입장 선회할까

법무부는 지난해 경영권 방어 관련 상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M&A 관련 주무부처였던 옛 재정경제부 및 산업자원부의 반대로 지금껏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 재경부 등은 “명색이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나라에서 자본 이동을 가로막는 장치를 새로 도입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제부처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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