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시승기/벤츠 ML63AMG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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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포르셰 ‘911카레라4’가 출발선상에 나란히 섰다.

400m까지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

출발신호와 동시에 지축을 울리는 우렁찬 배기음을 터뜨리며 두 차는 튀어나갔다.

고성능 스포츠카와 육중한 SUV의 대결에서 스포츠카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200m정도까지 SUV가 차량 한 대 정도 차이로 앞서다 포르셰가 조금씩 거리는 좁혀 거의 동시에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드래그 레이스의 결과다.

400m를 주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2초였고, 이때 속도는 시속 173km였다.

팀파니 여러 개를 동시에 두드리는 것 같은 육중한 저음을 울리며 달려온 SUV 뒤에 붙어 있는 배지는 ‘ML63AMG’.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빠른 SUV다.

6203cc 엔진은 510마력을 토해 낸다. 8개가 달린 실린더는 개당 배기량이 775cc로 경차 ‘마티즈’ 엔진의 전체 배기량인 796cc와 맞먹는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가속시간은 5.0초로, 지금까지 가장 빠른 SUV로 군림해 온 ‘포르셰 카이엔 터보’의 5.1초를 0.1초 차로 눌렀다. 911카레라4의 제원도 5.1초다.

ML63AMG는 기자가 계측장비를 달고 실제 가속력을 측정한 결과 성인 3명을 태우고도 5.2초 만에 시속 100km를 기록했다. 반복된 가속력 측정에서도 넉넉한 배기량을 바탕으로 지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ML63AMG는 직선주로에서 달리는 실력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스포츠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웬만한 스포츠 세단들과 겨룰 수 있는 날랜 몸놀림을 보였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도 휘청거림이 절제돼 불안한 느낌이 적었다.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하는 시속 256km에서는 일반 SUV가 150km로 달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핸들링을 보였다.

벤츠는 왜 이처럼 무지막지한 SUV를 만들었을까. 벤츠의 엔지니어는 “원하는 고객들이 있고, 우리는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들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가혹하다. L당 연료소비효율은 시내주행 3∼4km, 고속도로 주행은 6km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빠른 SUV지만 환경론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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