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5000cc급의 가속력 ‘파워 하이브리드’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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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와 연료소비효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LS600hL’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선언한 목표다.

지금까지 도요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카는 연비에 치중해 운전의 즐거움이나 역동적인 힘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어 왔다. ‘허약하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얘기다.

이런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렉서스의 노력은 LS600hL을 내놓으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가속력은 5000cc급 대형차와 맞먹지만 첨단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연비는 2500cc급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소비자는 높아진 성능과 연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렉서스가 제시한 이 차의 가격표는 1억9700만 원이다.

○ 조용하지만 강한 하이브리드 파워

LS600hL은 시동 버튼을 눌러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전기자동차처럼 전원만 들어올 뿐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부드럽게 차를 움직이면 전기모터만으로 스르륵 움직인다. 차 안에서 들리는 진동이나 소음은 전혀 없다.

그러다가 배터리의 전력이 떨어지거나 가속페달을 좀 더 밟아 속도가 높아지면 미세한 진동과 함께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엔진이 돌아가는 상태에서도 소음과 진동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낮다. 렉서스만의 특징이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을 하니, 시속 100km까지 6.3초 만에 도달했다. 제원표에 나와 있는 5.6초보다는 약간 더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르다. 정지상태에서 400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3초였다.

그러나 가속되는 느낌은 ‘엔진+모터’가 만들어내는 꾸준한 출력과 무단자동변속기 덕분에 무척 부드러웠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속도계는 빠르게 올라가지만 차는 느긋하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최고 속도는 속도제한 장치가 작동해 215km에서 멈춘다.

2억 원 가까운 차량값을 내는 최고급 세단 오너에게 연료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단 측정해 본 연비는 서울시내는 L당 6∼7km, 고속도로는 12∼13km 정도였다. 배기량과 가속성능이 비슷한 메르세데스벤츠 S500L보다 25% 정도 높다.

○ ‘최상의 승차감… 핸들링은 아쉬울 수도’

운전석이나 뒷좌석 어디에 앉아 있던 매우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전자제어식 서스펜션(현가장치)이 승차감을 부드럽게 조절해 줘서 도로 위를 떠서 달리는 듯하다. 바람소리나 타이어소음, 엔진소음도 철저하게 억제돼 코르크마개로 밀봉된 병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속도감도 무뎌져서 시속 200km에서도 120km 정도 달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를 바탕으로 LS600hL은 조용하고 쾌적한 이동수단으로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차체가 역동적으로 움직여주는 핸들링에서는 약간 아쉬운 점도 보인다.

하이브리드와 4륜구동 시스템으로 동급 차종보다 300kg가량 늘어난 차체 중량(2360kg)은 운전대를 움직일 때마다 육중한 느낌을 줬다.

빠른 속도에서 급하게 차로를 변경할 때나 반경이 짧은 커브 길을 돌아나갈 때는 관성을 이기지 못해 의도한 궤적보다 약간씩 옆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4륜구동 시스템이 뒷받침돼 불안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LS600hL은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구매하는 계층에서 원하는 정숙성과 승차감을 고루 갖췄다. 렉서스가 독일산 고급 차종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그 이상의 운전 감성을 요구하는 사람이라면, 벤츠 S500L이나 BMW 750Li가 때로 그리워질지 모르겠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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