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모조품 피해 年14조9000억원…‘짝퉁과의 전쟁’ 비상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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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모든 제품에 홀로그램

LG전자 회사 내부에 전문 단속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판매하는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 이 회사는 세계 각국에 미국연방수사국(FBI) 출신의 ‘글로벌 보안담당관’ 40여 명을 두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가짜 약 제조 정보를 수집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선 가짜 약품을 직접 구입하기도 한다. 한국화이자제약 이은정 과장은 “알약의 알루미늄 포장에도 소비자가 정품임을 알 수 있도록 특수 인쇄한 홀로그램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위조 제품인 ‘짝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짝퉁은 회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모조품으로 본 연간 피해 규모는 162억 달러(약 14조9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수출액의 약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 첩보전 능가하는 짝퉁 적발

현대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중국 현지에 직원 100∼200명을 둔 법률회사를 통해 위조 제품을 적발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공안과 함께 잠복근무를 하는 등 ‘짝퉁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중국 등 해외에서 적발한 위조 부품은 올 상반기(1∼6월) 145억 원어치로 지난해 적발 실적(81억 원)을 거뜬하게 넘겼다.

이상인 현대모비스 과장은 “‘전 세계의 짝퉁 공장’인 중국에서는 짝퉁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법률시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짝퉁을 막기 위해 모든 부품에 홀로그램을 붙이고 있다. 적외선 감지기 등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수 문양이 새겨져 있고, 정품 라벨을 떼어 재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라벨을 떼면 자동적으로 찢어지게 돼 있다.

포스코도 중국산 철강제품이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제품에 위·변조 방지용 검사증명서를 붙이고 있다. 이 증명서에는 재질, 규격, 중량뿐 아니라 회사 로고가 새겨진 복제 방지용 표시가 새겨져 있다.

○ ‘뛰는 짝퉁 위에 나는 짝퉁’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는 공업용 알코올 등으로 만들어지는 가짜 양주와 구별하기 위해 특수 잉크가 들어간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 병에 들어 있는 전용 용액을 라벨에 묻히면 라벨 색깔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다.

한영송 롯데칠성음료 팀장은 “한동안 양주를 다시 부어 넣을 수 없도록 특수 마개를 부착했지만 주사 바늘로 주입하는 교묘한 위조 수법까지 등장해 좀 더 진화된 위조 방지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중국 짝퉁 제품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한 LG전자는 지적재산권 관리 차원에서 회사 내 특허 전략그룹에서 위조품 단속을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프린터 카트리지 등 소모품에 홀로그램을 붙이고 있다.

유범석 한국쓰리엠 과장은 “중국의 급속한 대외 개방 추세에 맞춰 위조품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위조품을 막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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