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률 0’ 확산… 분양 미루고 공사 중단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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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주택건설 시장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청약률 제로(0)’ 현상이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단지가 나타나는가 하면 수도권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청약률도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본보 9일자 A3면 참조
서울 강남서도 ‘청약률 0’ 아파트 나왔다

▶본보 13일자 A14면 참조
광주-거제市서도 ‘청약률 0’ 아파트

이에 따라 분양을 연기하는 단지가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공사를 중단하는 아파트도 나타나고 있다.



○ 미분양 조만간 10만 채 넘어설 듯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송지건설이 광주 북구 양산동에 짓고 있는 ‘송지트리뷰’ 159채는 지난주 청약을 접수한 결과 단지 전체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같은 시기 인경건설이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에 분양한 ‘오션타워’ 아파트 26채도 3순위 청약까지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10일 동시 분양이 실시된 경기 양주시 고읍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도권 택지지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분양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1912채에 897명만 신청해 절반이 넘는 1015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인 롯데캐슬메디치 50채에는 2명이 신청했지만 그나마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모두 미분양됐다. 강원 춘천시 동면 ‘KCC스위첸’(367채)도 ‘청약률 제로’로 기록됐다.

분양대행사인 도우아이앤디 손상준 사장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형 건설사나 대규모 단지, 전매 제한이 걸려 있지 않은 아파트는 국지적으로 청약이 잘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초기 분양이 죽을 쑤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임원은 “대출 규제 때문에 분양 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서울 강남에서 나오는 아파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업계에서는 7월 말 현재 9만 채를 넘어선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조만간 10만 채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중소업체들 자금사정 악화 전전긍긍

청약률 저하로 분양을 미루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초기 분양이 실패하면 장기 미분양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금 수지가 악화되더라도 사업을 연기하자는 것이다.

A건설사는 당초 이달 초 울산에서 2000채 이상의 대규모 단지를 내놓으려 했지만 일단 12월로 분양 시기를 늦췄다. 최근 인근에서 분양된 한 대형 건설사의 청약률이 20%에 불과해 이 상태로는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분양을 준비 중이던 B사는 아예 내년 5월로 공급 시기를 연기했다. B사 관계자는 “최근 청약률이 떨어지고 있어 수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보다는 실수요층이 두꺼운 중소형으로 주택형을 바꾸기 위해 사업 승인 변경 신청을 했기 때문에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건설 공사가 중단된 단지도 많다. 광주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착공 승인을 받은 뒤 공사가 중단된 곳이 3곳,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착공을 하지 않은 단지가 28곳에 이른다.

광주 서구 건축과 유재혁 차장은 “예전에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한 달이면 청약 접수를 했지만 요즘은 6개월 이상 사업을 못 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비축용 임대도 미임대 우려” 국회예산정책처 지적▼

정부가 임대주택 펀드를 만들어 2017년까지 50만 채를 짓겠다는 비축용 임대주택이 미(未)임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5일 ‘2008년 건설교통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 재정부담과 택지 확보의 어려움, 완공 후 미임대 우려가 있다”며 “비축용 임대주택의 수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공급 계획을 세운 후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비축용 임대주택 50만 채를 짓는 데 필요한 택지는 약 2000만 평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가용택지 확보만을 고려해 임대주택 입주가 예상되는 계층의 생활근거지가 아닌 도심 외곽지역에 택지를 공급하는 경우 미임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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