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무분규 ‘해운업계의 작은 거인’ KSS해운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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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찬 KSS해운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국제경영원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 연사로 나와 38년 무분규 노사 화합의 비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제경영원
장두찬 KSS해운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국제경영원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 연사로 나와 38년 무분규 노사 화합의 비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제경영원
《“우리 회사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근사한 경영철학은 없습니다.

그러나 창사 이래 꾸준히 지켜 온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것이 노사 화합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장두찬 KSS해운 회장) KSS해운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해운업계에선 작고 탄탄한 회사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841억 원으로 한국선주협회 107개 회원사 중 30위권.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89억 원으로 6위,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은 22.5%로 1위다. 1995년부터 국내 유일의

남북 직항로 사업도 해 오고 있다. 이 회사가 해운업계에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노사 관계 때문이다.

1969년에 창립한 후 올해까지 38년간 한 번도 분규가 없었다.

최근 10년간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한 것은 단 2번.

나머지는 모두 노조가 회사에 임금 책정을 일임했고, 회사는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연평균 7%의 높은 임금 인상률로 화답했다.

○ 노사 구분 없앤 것이 노사 화합으로 이어져

장 회장이 밝힌 첫 번째 노사 원칙은 노사의 구분을 없애는 것. 그는 1974년 4월 부장으로 KSS해운에 입사해 창업자인 박종규 고문의 뒤를 이어 1995년부터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을 잇달아 맡아 왔다.

이 회사의 주주는 702명이다. 임직원 158명이 17.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퇴직 임직원 477명도 25.3%의 주식을 갖고 있다. 주주인 직원들이 회사 주인인데 굳이 노사를 대립적 관계로 설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

장 회장은 “우리 식구가 모두 열심히 일해서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고 곁들여 이익배당도 받으면서 모두 부자가 되는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싸우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 덕분에 1969년 500t급 화학제품운반선 1척으로 출발한 KSS해운은 이제 가스운반선 6척, 화학제품운반선 7척 등 241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국내 10위권(자산 기준) 해운 회사로 성장했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투명한 회사 경영.

해운업계는 화물 유치 경쟁이 치열해 화물주에게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이 있었지만 KSS해운은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리베이트를 주려면 장부 조작을 해야 합니다. 한 번 장부 조작을 하면 그것을 숨기기 위해 계속 장부를 조작해야 합니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 기업은 절대로 투명해질 수 없고 이것이 직원 상하 간에 불신을 낳게 됩니다.”

장 회장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의 투명성이 노사 간 신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현장 직원을 가족같이

대기업 못지않은 복리후생도 노사 화합에 한몫하고 있다.

6개월간 승선한 직원들에게는 2개월의 휴가가 주어지고 가족이 일정 기간 선박에 동승하는 ‘가족 동승 제도’도 운영한다. 또 정년퇴직 후에 승선 근무를 계속 희망하면 급여를 깎지 않고 재고용하고 있다.

장 회장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국제경영원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KSS해운 38년 무분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맺었다.

“어떤 조직이든 상하 혹은 수평적으로 대화의 통로가 구축돼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건강한 조직입니다.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직장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 기업은 노사 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실적에서 성공한 기업이 될 것입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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