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터보의 힘’ 그땐 왜 몰랐을까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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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터보예요?”

첫 차 스쿠프를 구입하고 사흘인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며 차 앞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한 고등학생이 관심을 보이며 물어보더군요. 터보는 아니라고 했더니 그 학생은 “에이 나 같으면 터보를 살 텐데”라며 휙 가버리는 겁니다.

그때만 해도 자동차에 대해 잘 몰랐던 기자는 ‘터보가 중요한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괜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날 밤 PC통신 하이텔의 자동차 게시판에 들어가 터보가 뭐냐고 질문을 올렸습니다. 2400bps에 불과했던 당시의 통신 속도 때문에 흑백 모니터에 글자가 뜨는 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하루 뒤 답변들이 달리더군요. 배기가스를 이용해 흡입압력을 높여 출력을 높이는 장치라고.

그래서 스쿠프의 제원을 다시 자세히 살펴봤더니 일반 모델은 102마력이고 터보 모델은 배기량이 같은데도 129마력으로 27마력이나 높았습니다. 최고속도도 일반 모델은 시속 180km인데 터보는 205km나 되더군요.

문제는 터보 패키지의 가격이 58만 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가격에 27마력을 높일 수 있다면 비용 대비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이었습니다.

브레이크 디자인도 더 멋지더군요. 계기반에는 터보의 작동상태를 알려 주는 6개의 작은 램프가 있고 의자에도 ‘Turbo’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그때에야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속이 쓰린지. 차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잘 알아보지도 않고 서둘러서 구입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좌절하게 된 것은 도로에서 터보 모델을 만나면서부터입니다. 신호대기에 나란히 서게 됐는데 그쪽도 기자를 의식했는지 신호가 바뀌자마자 튀어나가는 겁니다.

열심히 따라갔지만 그 차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습니다.

터보시스템은 본래 관리가 까다롭고 현대자동차에서 처음으로 가솔린 엔진에 적용하는 것이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터보 모델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스쿠프를 타는 3년 동안 항상 터보 모델이 부러웠고 출력을 높이기 위해 58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죠.

어떤 제품을 사든지 후회하지 않으려면 시간을 갖고 세심하게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반품하기도 힘든 자동차라면 말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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