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 토크쇼 같은 주주총회
주총 하이라이트는 버핏 회장이 평생 동료인 찰리 멍거(83) 부회장과 함께 진행하는 질의 응답시간. 두 노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 45분만 빼고 쉬지 않고 통찰력 있는 답변으로 주주들을 즐겁게 해 줬다. 일문일답은 ‘투자 토크쇼’였다.
켄터키에 살고 있는 10세 여자 아이가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라고 말하자 주주들이 “와” 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답변을 시작했다.
버핏 회장은 큰돈을 벌어 자선사업을 꿈꾸는 대학생이 ‘부자 되기 노하우’를 묻자 “젊었을 때부터 로드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한 로드맵을 가지고 계속 시장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며 “기회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총에서 수단 다르푸르 대학살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단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에 대한 버크셔 투자분 23억 달러를 회수하라는 제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찬성표는 전체 의결투표수의 2% 미만.
버핏 회장은 또 “해외 기업들이 우리 레이더망에 있다”며 해외투자를 늘릴 방침임을 밝혔다. 주총 중간에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의 댐 건설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잇달아 “버핏 회장이 개입해 달라”며 촉구성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전체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 그들이 오마하에 몰려드는 이유는
주총은 이날 오전 8시에 시작됐지만 일부 극성 주주들은 새벽부터 기다리기도 한다. 유타 주에서 온 제리 브루네티 씨는 “어제 오후 8시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캔자스주립대 학생 2명은 주총장 앞에서 이날 오전 2시부터 침낭을 깔고 누워 밤을 새우기도 했다.
일부 주주는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싼 편인 B주식을 딱 한 주 사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출신인 잭 폴슨 씨는 “여기에 오면 투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서 주주총회 참석 자격을 얻기 위해 B주식을 한 주 샀다”며 “5년 전에 비해 벌써 50%가 올랐다”고 흐뭇해했다.
○ 주주총회의 또 다른 즐거움
이날 주총장에서는 질의응답 전에 다양한 볼거리가 선보였다. 버핏 회장이 미 프로농구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 선수와 농구대결을 하는 장면을 촬영해 주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줬다. 쇼핑도 큰 즐거움. 최고 950만 달러나 하는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30%씩 깎아서 싸게(?) 살 수 있는 보석 가게는 전날부터 주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단일 보석 매장으론 미국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는 주총 전후 3일 동안 전체 매출의 10%를 올린다.
또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들의 제품 홍보도 중요한 부분. 자동차 보험회사인 가이코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보험 가입을 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주들은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들의 물건을 구입하면서 다시 한 번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
오마하=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