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보다 브랜드의 꿈과 이야기를 팝니다”… 드·림·케·팅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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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상품보다 브랜드에 담긴 꿈과 이야기를 강조하는 ‘드림케팅’이 늘고 있다.

품질 기능을 넘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감성 마케팅의 진화.

이제 마케터는 스토리텔러가 돼야 하는 시대다.》

삼성전자는 최근 에어컨 브랜드 하우젠에 ‘바람의 여신(女神)’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TV 브랜드 파브(PAVV)에 ‘보르도’, 김치 냉장고에 ‘아삭’이라는 이름을 단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소설 제목과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은 가전업계에서는 처음이다. 우아한 여신의 이미지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하고, 강력한 바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에어컨의 기능적 요소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진일 삼성전자 마케팅팀 과장은 “3개월 이상 고민한 끝에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애칭을 결정했다”며 “브랜드에 신화적 요소를 입혀 제품에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를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품 자체보다는 상품이나 브랜드에 담긴 꿈과 이야기를 강조하는 ‘드림케팅(꿈+마케팅)’이 늘고 있다. 품질과 기능을 넘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감성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는 것.

○ 신화-소설-게임에 나오는 모티브로 상품 개발서 광고까지

“당신의 H는 무엇입니까?” 현대건설은 지난해 새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면서 이러한 광고 카피로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명예(Honor), 역사(History), 사람(Human) 등 브랜드 이니셜 ‘H’를 활용해 아파트 대신 이미지를 전달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신화, 소설, 게임 등에 나오는 모티브로 상품을 개발하고 광고, 판촉 등에 활용하는 등 드림케팅 기법도 다양하다.

아모레퍼시픽 헤라의 ‘카타노 크림’은 기능이나 성분을 이름으로 내세우는 기존 화장품과 달리 신화를 활용한 제품명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카타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헤라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목욕을 했다는 샘물의 이름.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 박수경 소장은 “해외에서 한방 화장품을 알릴 때도 인삼에 얽힌 설화, 고려 상인들이 인삼을 세계화한 역사 등의 이야기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이렇게 알게 된 제품은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된다”고 귀띔했다.

○ 드림케팅은 감성 마케팅의 진화

상품과 브랜드에 이야기와 화젯거리를 불어넣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방식은 상품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가치관을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눈길을 끄는 이야기로 포장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꿈과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박 소장은 “물질적인 풍요에서 정신적인 풍요를 갈구하는 사회가 되면서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며 “마케터가 스토리텔러가 돼야 하는 시대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2007년 기업경영 포인트 7가지’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돌파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한 7가지 과제 중 하나로 드림케팅을 꼽기도 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갈수록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 기술적 부분이 비슷해지면서 기업들이 독특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고객이 원하는 꿈과 이미지를 만족시켜 주는 마케팅 기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드림케팅::

드림(dream·꿈)+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 상품 자체보다는 상품이나 브랜드에 담긴 꿈과 이야기를 강조하는 마케팅 기법. 세계적인 경영학자 톰 피터스가 저서 ‘미래를 경영하라’에서 드림케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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