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UCC로 면접은 화상전화로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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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촬영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07 상반기 열린 일자리 한마당’. 이날 취업박람회장에는 손수제작물(UCC)을 이용한 ‘동영상 이력서’ 촬영관이 마련돼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양=변영욱 기자
즉석 촬영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07 상반기 열린 일자리 한마당’. 이날 취업박람회장에는 손수제작물(UCC)을 이용한 ‘동영상 이력서’ 촬영관이 마련돼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양=변영욱 기자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올해 첫 취업박람회 ‘2007 상반기 열린 일자리 한마당’.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하루 1만5000명이 넘는 구직자가 몰려 최근의 취업난을 보여 줬다. 고양=변영욱 기자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올해 첫 취업박람회 ‘2007 상반기 열린 일자리 한마당’.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하루 1만5000명이 넘는 구직자가 몰려 최근의 취업난을 보여 줬다. 고양=변영욱 기자
《“여기 돈 1만 원이 있습니다. (1만 원권을 구기더니) 여기 구겨진 돈 1만 원이 있습니다. (다시 구겨진 지폐를 펴서) 구겨졌든 구겨지지 않았든 이 돈은 여전히 1만 원의 가치를 지닙니다. 저도 이 1만 원처럼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사람입니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12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킨텍스)의 ‘2007 상반기 열린 일자리 한마당’ 박람회 현장. 이곳에 마련된 ‘손수제작물(UCC) 이력서’ 촬영관에는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성결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민세라(24·여) 씨는 이날 1만 원권을 이용한 독특한 자기 홍보물을 찍었다. 50번 넘게 고배를 마신 민 씨였지만, 이날 자신의 UCC 이력서를 본 한 자산관리회사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는 가슴이 부풀었다.》

○UCC 이력서에 ‘끼’ 담고 화상전화로 면접

올해 처음 열리는 취업박람회인 만큼 평일인데도 1만5000명의 구직자가 박람회장을 찾았다. 특히 UCC 이력서 서비스 및 현장에 오기 힘든 구직자와 기업 채용담당자 사이의 화상전화 면접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UCC 이력서 촬영관을 찾은 구직자들은 옷매무시를 고친 뒤 캠코더 앞에 서서 자신의 경력과 학교생활, 희망연봉 등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한 구직자는 “면접 연습도 되는 것 같다”며 이 서비스에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구직자들이 촬영한 UCC 이력서는 촬영 즉시 채용 홈페이지(www.openjob.or.kr)에 올려졌다. 기업 채용담당자들은 눈에 띄는 구직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면접 일정을 잡게 된다.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화상전화 면접관에도 많은 구직자가 몰렸다. KTF는 이날 우리은행, GS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6개 회사에 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해 화상전화 면접 진행을 도왔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통한 모의면접이었지만 ‘6시그마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환경 보호와 개발, 둘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가’ 등 실제 면접시험장 못지않은 날선 질문들에 구직자들도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화상전화 면접을 치른 원준희(27·세종대 4년) 씨는 “실제 면접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화상전화 면접을 진행한 대우일렉트로닉스 홍승갑 팀장은 “음성 전달 등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된다면 일대일 면접의 경우 도입해 볼 만하다”며 “해외에 있는 지원자들을 위해 도입할지는 좀 더 검토해 봐야겠다”고 밝혔다.

취업박람회 주최 측은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들은 화상전화 면접을 통해 채용을 할 수 있어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쇼핑’ 같은 ‘묻지마 지원’에 기업들 실망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은 마치 ‘취업 쇼핑’을 하듯 자신의 적성이나 희망과는 관계없이 여러 기업 부스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내기에 분주했다.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친구 따라 한번 와 봤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했다.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채용담당자들은 이런 구직자들의 ‘묻지마 지원’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신라명과 인사담당자는 “구직자들이 ‘일단 넣고 보자’는 식으로 지원서만 툭 던져 놓고 가는 일도 많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구직자들도 회사의 비전이나 업무에 대해 묻기보다는 연봉에 관심이 클 뿐”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 채용에 나선 니베아서울의 한준기 이사는 “구직자의 ‘머릿수’는 많아도 회사에 보탬이 되는 인재는 찾기 어렵다”며 “채용담당자는 무조건 토익 점수, 학점만 따놓고 이력서를 들이미는 구직자보다는 구체적으로 자신이 일하고 싶은 업종과 직무에 맞는 실무 능력을 갖춘 구직자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마련한 채용 부스에는 구직자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지만, 중소기업 채용 부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어서 구직자들의 ‘지원 양극화 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취업박람회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채용정보업체 커리어가 주관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국내 100여 개 기업은 현장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9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고양=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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