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9개사에 과징금 1051억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SK㈜ 대한유화공업 등 국내 10개 석유화학 업체들이 합성수지 제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9개 업체에 총 105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5개 업체는 검찰에도 고발됐다.

이 같은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조사한 담합사건 중 2001년 SK㈜ 등 정유회사들의 군납 유류 입찰 담합(1211억 원), 2005년 KT 등 시내전화 사업자 공동행위(1152억 원)에 이어 3번째로 큰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생계형 카르텔’이었다”며 “과징금 규모도 과중하다”고 반발했다.

○ “담합 주도 간사회사까지 선정”

정재찬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들 유화업체가 1994년 4월부터 2005년 4월까지 그릇, 비닐봉지 등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가격을 담합해 부당 공동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1994년 4월경 사장단회의를 갖고 매달 ‘기준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회사별로 판매가격을 결정키로 했다. 특히 이들은 회의에서 제품별로 담합을 주도할 ‘간사회사’를 두는 등의 세부 방침까지 정했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업체들은 1995년부터 2002년 6월까지 매달 내수영업본부장 회의 등을 열어 가격을 협의했다. 실제로 이들은 1997년 12월 작성한 ‘가격조정안’에서 그해 12월 27일부터 PP는 t당 14만 원을, HDPE는 t당 25만 원을 올리기로 합의했고 이후 2005년 4월까지도 영업팀장 모임 등을 갖고 이런 방식을 유지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이들 업체가 담합 전인 1993년까지는 적자(영업이익 기준)를 면치 못했지만 담합 후에는 외환위기 때인 1997, 1998년을 빼고는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국내 합성수지 시장 점유율은 85%가 넘는다.

○ “석유화학산업 위축시킬 수도”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행위로 플라스틱 가격 상승 등 1조5600억 원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조사에 적극 협조한’ 호남석유화학을 제외한 9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SK㈜가 238억 원으로 가장 많고 대한유화공업 212억 원, LG화학 131억 원 등의 순이다. 또 SK㈜ 대한유화공업 LG화학 효성 대림산업 등 5개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유화업계는 “지나친 과징금 부과로 석유화학산업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가 미미한데도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과중하다”며 “경기 하락 등으로 어려운 업계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SK㈜ 측도 “업체들의 공동행위는 1990년대 국내 수급 불균형이 악화되자 정부가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감산(減産) 및 판매량 배분 등 행정지도를 한 데서 촉발된 것”이라며 “결코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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