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공공투자 사업 예산 낭비 심해

  • 입력 2007년 1월 17일 17시 05분


코멘트
일부 정부 부처가 지난해 대형 공공투자사업을 벌이며 예산 당국에 사업비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타당성이 부족해 수조 원이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몇몇 사업은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상태이지만 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져 사업추진 중단조치를 받았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19개 공공투자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증해 증액요구액과 초기사업비에서 모두 3조390억 원을 삭감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같은 삭감액수는 2003년 타당성 재검증 제도가 도입된 후 가장 큰 것이며 당초 예산대비 삭감비율도 10.5%(2003년)→13.7%(2004년)→31.1%(2005년)→44.5%(2006년)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타당성 재검증은 늘려 달라는 사업비가 당초 액수의 20%를 넘거나 전체 사업비가 일정액(건축은 200억 원, 토목은 500억 원) 이상인 사업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경우 실시된다.

예산처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4차선의 울산~포항 고속도로(울산시 울주군~경북 포항시 남구)를 짓겠다며 사업비를 1조301억 원에서 1조7711억 원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예산처는 "경제성이 낮다"며 공사 착공을 유보키로 했다. 사업비는 기본설계비 309억 원만 남겨놓고 모두 삭감됐다.

건교부의 영동~용산 국도 19호선(충북 영동군 영동읍~충북 영동군 용산면) 확장사업은 경제성이 낮아 아예 전면 취소됐다. 사업비 1049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산업자원부도 전북 부안군에서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의 사업비를 1200억 원에서 1960억 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당초보다 199억 원 적은 1001억 원으로 깎였다.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정청 등 국책기관 이전 사업비를 1980억 원에서 5150억 원으로 늘리려 했으나, 인력수급 전망 결과 2777억 원으로 조정됐다. 새 사옥 부지 건축연면적도 5만1546평에서 3만7136평으로 줄었다.

진영곤 예산처 성과관리본부장은 "타당성 재조사 작업이 엄정해지면서 예산삭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에도 최소 17개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