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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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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시험을 실시해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적은 있지만, 시험을 거치지 않고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화한 것은 금융계는 물론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은 20일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정규직 행원의 내년 임금은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또 이 합의문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앞으로 비정규직을 더는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비정규직이 내년 3월부터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노동부 김인권 비정규직대책팀장은 “정부가 파악하는 한 이런 식으로 전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린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의 비정규직은 3100여 명으로 정규직(1만1000여 명)의 28% 수준이다. 비정규직 행원은 대부분 영업점 창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비정규직 행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기존 정규직 행원과 같은 수준의 복리후생 혜택을 보장받는다고 밝혔다. 다만 급여는 현행 수준대로 지급하고, 노사 협의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변호사 등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 계약직 120명은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우리은행에 이어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산업계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최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은행들이 서둘러 비정규직을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환일 연구위원은 “개인별 직무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노사 합의만으로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돌리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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