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매각계약 파기 고려”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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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갔던 외환은행장 무슨 일? 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 파기를 시사한 가운데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22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웨커 은행장은 지난 주말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연합뉴스
미국 갔던 외환은행장 무슨 일?
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 파기를 시사한 가운데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22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웨커 은행장은 지난 주말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연합뉴스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 펀드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각협상을 깰 시기가 임박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최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우리 경영진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국민은행과의 계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며 “계약 종결(terminating)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의 주요한 목적은 론스타가 막대한 수익을 올린 데 대한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다”며 “만약 론스타가 1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면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낸 적은 많았지만 실제 계약파기를 고려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론스타로부터 계약 파기를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 협상용 카드 가능성 높아

금융전문가들은 론스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단 ‘협상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을 빼면 국내외를 통틀어 외환은행을 살 만한 금융회사나 펀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란 설명이다.

검찰과 국민은행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동안 론스타가 “한국에 더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거나 “외환은행으로부터 배당을 받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 ‘최후통첩’용 시각도

론스타는 국민은행과 계약할 때 단서를 달아놓은 게 있다.

‘감사원, 검찰 수사 등에서 문제가 없어야 대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는 한 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론스타 수사는 지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검찰과 법원 간의 감정싸움이 고조되면서 영장 청구와 기각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투자자들에게 투자수익을 돌려줘야 할 때가 임박한 것도 론스타엔 적지 않은 부담이다.

○ 세 가지 시나리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앞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세 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먼저 론스타가 원래대로 국민은행에 넘기는 방안이다. 론스타로서는 외환은행을 가장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만큼 제일 현실적이고 안전한 카드이기도 하다.

국민은행 대신 다른 인수자를 찾는 방법도 있다. 론스타는 최근 들어 국내 금융회사 인수합병(M&A) 게임에서 잇달아 고배(苦杯)를 마신 하나은행에 눈길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해외에서 인수자를 찾는 방법도 있다. 세 가지 방법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론스타는 일단은 매각을 잠시 보류한 뒤 배당수익부터 챙길 가능성이 크다.

올 4분기(10∼12월) 순익까지 합치면 외환은행의 올해 배당가능 금액은 약 2조 원에 달한다. 외환은행 지분 64.62%를 가진 론스타는 최근 부과된 세금 추징액을 감안하더라도 1조 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유회원 영장’ 준항고 기각▼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세 차례의 구속영장 기각에 불복해 검찰이 청구한 준항고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강원)는 22일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판사의 명령’에 해당한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항고 또는 준항고의 대상인 ‘법원의 결정’이 아니어서 준항고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사의 명령에 불복 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입법 미비로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영장 기각에 대해선 다시 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원래 판단의 위법을 고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불복절차가 없는 것이 부당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준항고를 청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자료를 보완한 뒤 24일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정문수 전 대통령경제보좌관을 22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 이번 주 중 사전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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