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하늘이 열리고 가을이 열리네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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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은행나무 잎이 바람에 떨어지며 나부끼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사는 이 땅의 가장 가을스러운 풍경이 아닐는지. 입동 추위에 함께 몰아닥친 바람으로 하룻밤 새 낙엽 천지를 이룬 문광저수지(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은행나무 길. 사진의 자동차는 푸조의 크로스오버 디젤차량 307SW. 괴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황금빛 은행나무 잎이 바람에 떨어지며 나부끼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사는 이 땅의 가장 가을스러운 풍경이 아닐는지. 입동 추위에 함께 몰아닥친 바람으로 하룻밤 새 낙엽 천지를 이룬 문광저수지(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은행나무 길. 사진의 자동차는 푸조의 크로스오버 디젤차량 307SW. 괴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푸조 307SW HDi’와 함께

아산 현충사-괴산 문광저수지 드라이브


《자동차에 어울리는 여행지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면…. 글쎄, 장소별로 옷을 갖춰 입는 것과 같은데 과연 그런 호사가가 세상에 있을까. 물론 없다. 그러나 노력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기자가 그런 실험에 도전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파란 하늘 아래 황금물결 이루는 노란 은행나무 길’을 찾기 위해 늦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로 푸조의 307SW HDi(디젤엔진)를 선택했다. 이 차는 천장의 3분의 2 이상이 커다란 통유리창(문라이트 글라스루프). 그 창을 통해 가을 하늘과 노란 은행잎을 한꺼번에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떠났다.》

○ 겨울에 기습당한 가을의 현장, 아산 현충사

7일 오전 6시. 입동 추위는 매서웠다. 전날 서울과 영동, 충청지방에 첫눈까지 뿌렸다. 가을 하늘을 담겠다고 고른 이 차가 변덕스러운 날씨에 무용지물이 될까 밤새 노심초사했다. 겨울 눈길이라면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3가 제격인데.

그러나 이미 내친 길.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충남 아산의 현충사로 향했다. 10여 년 전 현충사 가는 길에 지났던 곡교천 둑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 그 아름다운 황금물결이 유리 천장을 통해 대형 TV의 화면처럼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경기 평택을 지나 들어선 아산. 온 천지가 눈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과는 딴판이었다. 볏단 쌓아둔 가을걷이를 한 논이 눈에 덮이니 설치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드디어 현충사로 이어지는 곡교천 둑길. 서둘러 날아온 철새 몇 마리가 낮은 비행을 한다.

드디어 가로수 길(사진) 입구. 동행에게 운전을 맡기고 뒷좌석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 고개 들어 유리 천장을 응시했다. 상상했던 그대로다. 쏟아지는 햇살과 더불어 황금빛 은행잎 물결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흘러내려갔다. 높고 파란 하늘은 요지부동. 어찌나 파란지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듯했다.

마침 그날은 화요일. 현충사가 쉬는 날이다. 현충사의 건물은 물론 현충사를 감싼 산까지도 온통 눈 천지. 그러나 아스팔트 바닥의 눈은 녹았다. 그 위를 간밤 입동 찬바람에 떨어진 은행잎이 살짝 덮고 있었다. 겨울에 기습당한 늦둥이 가을의 오묘한 풍광을 현충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이 차로 가을 풍경을 보겠다는 욕심의 산물이다. 욕심도 가끔은 부릴 만하다.

○ 저수지 물들인 노란 은행나무 길과 동화처럼 아름다운 시골 초등학교

현충사를 등지고 충북 증평을 향해 차를 몰았다. 디카 동호회 회원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 가운데 노란 은행잎이 무성한 은행나무가 줄지어 도열한 그 풍경을 찾아서다. 장소는 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문광저수지. 가는 길은 일부러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청주 나들목으로 나오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나들목부터 시내까지 이어지는 멋진 숲 터널 길을 보기 위해서다. 그 길 역시 여전히 멋졌다.

청주를 나서니 눈은 보이지 않았다. 길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증평을 지나 괴산으로 가는 길은 더욱 한산하다. 이런 한가로움. 자동차 여행의 최고 매력이다. 오후만 되어도 다르다. 그러니 자동차 여행은 부지런 떨며 새벽에 출발할 일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Early bird catch the worm)’라는 서양 격언은 이 분야에서도 진리다.

괴산군은 충주시의 서남쪽. 문광저수지는 국도 19호선 도로변에 있어 찾기 쉬웠다. 문광초등학교를 지나 한참 달리다 보면 은행나무가 도열한 듯 서있는 풍경을 만난다. 그 앞을 저수지 물막이 둑이 가린다.

은행나무 길은 마을 진입로다. 수십 그루가 흙길 양편에 일렬로 도열해 있는데 길 양편은 떨어진 은행잎으로 온통 노랗다. 아쉽게도 이날은 입동 추위 비바람에 은행잎이 반쯤 떨어져 앙상한 가지도 보였다. 매몰찬 겨울에 기습당한 것은 늦둥이 가을만은 아니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저수지도 물이 반쯤으로 줄어 볼품이 없었다. 가을 가뭄 탓이려니.

내친김에 저수지 남쪽의 굴티재(308m) 너머 백봉초등학교(청안면 부흥리·사진)를 찾았다. 이곳은 탤런트 김태희가 철봉에 매달린 채 허리를 접는 휴대전화의 CF 촬영지로 알려진 곳. 유치원까지 갖췄는데 빨간 단풍나무가 담을 이룬 교정의 풍치는 우리가 꿈꾸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골학교 그대로다. CF에 등장한 철봉은 단풍나무 앞에 있다. 그 앞에서 단풍잎 던지며 뛰노는 아이들 모습. 꾸미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 가을 하늘과 갈바람 속에 즐기는 스파 노천탕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한 귀경 길. 경기 이천의 신갈온천에 들어선 온천스파인 이천 테르메덴을 찾았다. 독일식 바데풀과 일본식 노텐부로(노천탕)를 갖춘 온천스파는 가을 하늘과 상큼한 갈바람을 노천탕에서 감상할 수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요즘은 ‘닥터 피시’(사진)라는 새로운 명물도 등장했다. 온천수에 서식하는 피라미를 닮은 물고기가 탕 안에 앉은 사람에게 다가와 피부의 각질을 쪼아 먹는데 무척이나 신기해 찾는 이가 많다. 아토피 피부질환과 건조한 피부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아산·괴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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