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달 말 서울에 온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복궁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한국문화가 아니었다.
그는 독일 현지에서도 보기 힘든 신형 벤츠 ‘S600’을 인천공항에서 서울 강남 지역까지 오는 동안 곳곳에서 목격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벤츠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 ‘팬텀’ 등 하이엔드(High-end) 자동차까지 봤다.
그는 “하루에 이렇게 많은 명차(名車)를 거리에서 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 최고급차 없어서 못 판다
2억6600만 원인 S600은 6월 판매를 시작한 뒤 9월 말까지 4개월 만에 171대가 팔렸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판매한 벤츠 신형 S클래스는 S600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800여 대가 팔려 나갔다. 판매 금액은 3200억 원에 이른다.
공급 물량이 달려서 지금도 5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초고가 자동차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커지자 세계 최고의 명차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 산하의 최고급차 브랜드인 벤틀리는 지난달 25일부터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2004년 국내에 진출한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명차가 모두 국내에 상륙한 것.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는 대당 6억∼7억 원대이며 벤틀리는 3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11대가 판매된 마이바흐는 국가별 판매 순위 6위에 올랐다. 올해도 현재까지 8대가 팔렸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이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9위여서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이 팔린 편이다.
○ 소형차 판매는 적어 소득 양극화 반영
최고급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대형차의 판매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국내 대형차의 점유율이 30.5%로 미국에 이어 2위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경차와 소형차의 비중은 11.5%에 불과해 일본 이탈리아 영국의 50∼60%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나 인구 1000명당 승용차 보유 대수가 한국의 2005년과 비슷했던 일본의 1985년 승용차 소비구조를 보면 경차와 소형차 비중이 48%이고 대형차의 소비 비중은 2.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은 차량 크기를 신분과 동일시하는 사회 인식과 소득 양극화에 따른 경차와 소형차 수요 감소 등으로 대형차 위주의 소비구조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벤츠코리아 김예정 상무는 “한국의 재력가들은 외국처럼 요트나 경비행기, 말을 구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가 적은 대신 고급 자동차 구입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 경제 규모에 비해 하이엔드카의 판매가 많다”며 “한 기업의 대표가 마이바흐를 사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 대표도 따라서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은 “고급차의 국내 수요층이 두터워지면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현대차가 프리미엄 차종을 내놓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고급 소비계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고급 소비재의 국내 생산이 부족해 관련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하이엔드(High-end):
상급 중에서도 최상급을 뜻한다. 소비재 중에서 주로 자동차와 카메라 오디오 등에 하이엔드를 붙여 최고급 제품을 지칭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