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부총리 “秋장관이 잘못” 면전서 일침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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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방석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속이 타는 듯 물을 들이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추 장관은 일부 참석자에게서 신도시 개발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과천=홍진환 기자
가시방석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속이 타는 듯 물을 들이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추 장관은 일부 참석자에게서 신도시 개발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과천=홍진환 기자
27일 오전 8시 55분경 정부과천청사 재정경제부.

7층에 마련된 경제정책조정회의 회의장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사진기자 10여 명이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추 장관은 최근 ‘신도시 건설 발언’ 파문으로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심지어 정부 내에서까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번쩍이는 불빛 앞에서 머뭇거리던 추 장관이 자리에 앉자 옆자리의 장차관들이 “인기가 좋으시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겸연쩍은 표정의 추 장관은 “속이 탄다니까…”라며 자리에 놓인 물을 연방 들이켰다.

○추 장관에게 쏟아진 비판

회의를 주재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오전 9시 정각에 회의실로 들어와 “오늘 회의는 인기가 좋은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추병직 파문’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취재진을 내보낸 뒤 16개 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의 첫 번째 안건은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계획’. 추 장관이 23일 미리 발표해 문제가 된 사안이었다.

“건교부 장관께서 먼저 발표해 달라”는 부총리의 말에 추 장관은 인천 검단신도시 개발계획, 경기 파주신도시 확대 방안을 20여 분간 설명했다.

설명을 끝낸 추 장관은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마음이 급해 너무 서둘러 얘기한 것 같다”며 다른 참석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박홍수 농림부 장관, 이치범 환경부 장관 등은 “부처 간 협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을 발표한 것은 문제”라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회의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권 부총리가 나섰다. 먼저 그는 “부처 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사안을 미리 발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행정고시 14회인 추 장관이 고시 후배인 부총리(15회)의 ‘꾸중’을 들은 셈이다. 이어 권 부총리는 “그러나 택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인 만큼 논의를 계속하자”며 분위기를 추슬렀다.

이어진 회의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는 “일이 이렇게 된 만큼 ‘난(亂)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도시 발표 지역을 서둘러 택지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추 장관의 ‘돌출 발언’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파문이 더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 추 장관 대신 실무 간부가 브리핑

추 장관은 오전 10시 40분경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권 부총리와 개인적으로 몇 마디를 나눈 뒤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신도시 개발계획을 미리 발표한 배경을 물었지만 굳은 표정으로 “건교부에서 브리핑할 것”이라는 말만 남기고 손을 내저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시간 뒤 같은 청사 내 건교부에서 열린 브리핑에 추 장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8·31대책, 올해 3·30대책 등 굵직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항상 직접 발표했던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었다.

추 장관을 대신해 설명한 강팔문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추 장관의) 23일 신도시 계획 발표는 불안해지는 시장 동향을 감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주택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에도 쏟아지는 언론의 인터뷰나 면담 요청을 거절하고 장관실에서 ‘칩거’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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