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투자로 해외서 노후 보내기]<3>캄보디아 프놈펜

  • 입력 2006년 8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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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섬이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호텔 2층 식당에서 시아누크빌의 생활상에 대해 설명하는 조현국 이숙주 씨 부부. 이들은 이곳의 환경에 반해 정착하게 됐다.
바다와 섬이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호텔 2층 식당에서 시아누크빌의 생활상에 대해 설명하는 조현국 이숙주 씨 부부. 이들은 이곳의 환경에 반해 정착하게 됐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해변의 저가 방갈로 백사장에서 외국인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자본이 이 지역에 들어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고급 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해변의 저가 방갈로 백사장에서 외국인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자본이 이 지역에 들어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고급 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석양에 물든 바다 경치와 자연경관 그리고 공기가 너무 좋아 그냥 주저앉게 됐죠.” 캄보디아의 해변 도시 시아누크빌에서 캄삽비치호텔을 경영하는 조현국(58), 이숙주(51) 씨 부부의 시아누크빌 정착기는 다소 감성적이다. 이 부부는 1억∼2억 원을 투자해 외국에서 생활비를 벌면서 만족스러운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경우다. 서울에서 유흥업을 하던 조 씨는 1997년 2억 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대규모 슈퍼마켓을 세우려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조 씨는 2003년 캄보디아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수도 프놈펜에서 한 달 이상을 머물던 중 휴식차 시아누크빌을 찾았다가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다.

때마침 캄보디아 항만청이 소유한 객실 50개의 낡은 호텔이 임대로 나와 있었다. 해변에서 불과 200∼300m 떨어진 도로 옆에 있는 이 호텔은 4층 건물이었다. 항만청 현지 사무소가 이 건물의 절반은 사무실로 쓰고, 절반은 호텔로 운영하고 있었다. 명색은 호텔이지만 관리가 엉망이어서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 것 같지 않았다.

조 씨 부부는 월세 1800달러에 6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1만800달러)을 주고 15년간 이 호텔을 임차하는 계약을 했다. 그 후 지금까지 시설 개보수비와 레스토랑 건설비 등으로 모두 13만 달러(약 1억2350만 원)를 투자했다.

이 호텔은 지난해까진 리노베이션 비용 등이 많이 들어가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올해부터는 순이익을 내고 있다. 한국과 유럽의 배낭여행객들에게 이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바다 경치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박비 등이 알려지면서 투숙객이 꾸준히 늘어난 덕이다.

객실료는 1박에 8∼20달러로 저렴하다. 이 호텔의 월평균 매출액은 1만 달러가량이며, 임차료와 종업원 12명의 인건비, 부대비용을 뺀 순이익은 한 달에 3000∼4000달러이다.

조 씨 부부는 “캄보디아 정부가 이곳을 앙코르와트 못지않은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관광특구로 지정해 미래가 밝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사철 따뜻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프놈펜 시 상캇 구에 사는 김진호(55), 문광숙(52) 씨 부부는 캄보디아에서 노니 주스와 상황버섯을 사업화해 성공했다.

김 씨는 대전에서 20년 이상 중고 타이어와 휠 등 자동차 부품을 외국에 수출하는 오퍼상을 운영하다가 2002년 이 나라에 직접 진출했다. 현지 대리인에게 몇 차례 사기를 당하다 보니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야생 열매인 노니를 발견했다. 노니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며 당뇨와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열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노니에 관심이 많았던 김 씨는 본격적으로 노니 탐사에 나섰다. 노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캄보디아에는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 자생지만 찾아내면 훌륭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현지인들을 동원해 캄보디아 시골 지역에 노니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중고 자동차 부품상에서 상황버섯과 노니 제품 생산 및 수출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는 2층짜리 별채와 200평의 마당이 있는 3층짜리 집을 월 1200달러에 임차해 노니 주스와 노니 와인, 상황버섯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현지인 9명을 고용해 숙식을 제공하고 1인당 월 50달러의 임금을 지급한다. 통역 겸 운전사에게는 월 120달러를 주고 있다. 한 달 매출액은 5000달러 선. 이 가운데 집세와 인건비, 관리비, 원료비, 생활비, 가사도우미 2명의 월급 등을 제하면 월 1000∼2000달러가 순이익으로 남는다.

부인 문 씨는 오전에는 운전사와 함께 직접 배달을 하고 오후에는 주로 스포츠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국제 규격의 수영장과 헬스장 사우나 볼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의 월 이용료는 50달러.

문 씨는 “가사도우미만 잘 구하면 외국 생활의 어려움이 절반 정도는 해결된다”며 “다행히 순박한 시골 처녀 2명을 가사도우미로 구했는데 서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실력은 초보자 수준이지만 처음 두 달간 현지어를 열심히 공부해 두 언어를 적당히 섞어 사용하니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했다”면서 언어 장벽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캄보디아 상원 의원회관 내의 터를 임차해 골프연습장 사업을 시작한 김만환(47) 씨도 해외에서 소액을 투자해 생활하는 케이스다.

국내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던 김 씨는 올해 초 이 골프연습장을 인수했다. 타석 22개짜리 골프연습장의 인수금은 10만 달러. 시설 수리비용 등으로 4만 달러가량이 더 들어갔다. 약 1억3300만 원을 투자한 셈이다. 임차 기간은 20년이며 임차료는 연 3000달러.

현재 이 연습장의 월 매출액은 7000∼1만 달러이며, 순이익은 월 4500∼7500달러다.

김 씨는 터를 임차해 골프연습장을 새로 지으면 최소 30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프놈펜의 골프 인구는 아직까지 외국인과 일부 고위층, 부유층 인사로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프놈펜 주변에는 18홀짜리 정규 골프장이 두 곳 있으며 골프연습장은 두 곳에 불과하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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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업종 - 주의사항▼

조현국 씨 부부는 시아누크빌이 국제 해양휴양지의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개발 초창기여서 해양 스포츠 시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스노클링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바다다이빙 해저스쿠버다이빙 바다낚시 등의 시설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다른 추천 종목은 베이커리. 인구가 25만 명이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서서히 찾아오기 시작하지만 이 지역에 서양식 빵집이 없다는 것이다.

실버타운이나 리조트도 추천 종목이다. 이 지역은 날씨가 연중 따뜻하고 공기가 맑으며 바다와 산 등 장기 휴양에 적합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직은 땅값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투자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서쪽의 항구 및 휴양도시로 태국의 휴양도시인 파타야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배후에 숲이 있는 모래 해변이 수십 km나 이어져 있다. 연중 최고 기온은 35도가량이며 연중 최저 기온도 2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KOTRA 왕동원(49) 프놈펜 관장은 “한국 브랜드의 피자 햄버거 치킨 등 중가 외식산업도 전망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프놈펜에는 현지 브랜드의 피자가게가 갓 생겼는데 젊은이들이 밤마다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왕 관장은 프놈펜의 의료 수준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상태”라며 “한국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2곳 있으나 한국에서와 같은 의료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과 경험자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현지 실정을 충분히 파악해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섰을 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실제 아시아 지역에서 개인이 투자할 경우 한두 사람의 그럴듯한 말만 듣고 투자에 나섰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적 절차적 문화적 복병을 만나 낭패를 당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규모 해외 투자 은퇴생활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그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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