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웨이퍼 공장이 싱가포르로 간 까닭은…

  • 입력 2006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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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싱가포르에 최초로 짓는 반도체 공장은 당초 한국에 세워질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합작 파트너인 독일 질트로니크사(社)가 한국의 열악한 투자환경을 이유로 반대해 투자지역이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바뀌었다.▶본보 15일자 1면 참조

또 이번 합작법인을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보여 준 적극적인 자세도 화제가 되고 있다.

○ “한국은 투자환경이 나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일 “독일 반도체 원자재 회사인 질트로니크와 세우는 합작법인의 생산 공장을 당초 한국에 지으려 했으나 질트로니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질트로니크가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것을 반대한 이유는 외국 기업이 발붙이기 힘든 한국의 열악한 투자환경 때문이었다.

질트로니크 측은 외국기업이 경영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한국의 열악한 인프라에 큰 불만을 나타내면서 특히 한국의 국제학교 부족 등 외국인 직원들의 자녀 교육 문제를 가장 우려했다는 것.

질트로니크 측은 또 한국의 반(反)기업 정서와 외국기업 홀대 정책 등도 투자환경의 걸림돌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회사의 반대에다 싱가포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한국에 공장을 짓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는 결국 공장 용지를 싱가포르로 정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질트로니크는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하기 위해 각각 2억 달러(약 1900억 원)씩 모두 4억 달러를 투자해 50 대 50으로 투자하는 합작법인을 싱가포르에 세우기로 최근 합의했다.

싱가포르는 이 합작법인을 자국(自國)에 유치하기 위해 공장이 가동되는 시점으로부터 15년간 법인세 면제, 연구개발(R&D)과 인력 교육을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 2700만 달러 지원 등 각종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

또 4억 달러를 연리 2%의 낮은 금리로 10년 만기 장기 융자하고 공장 용지는 1년에 평당 30달러라는 싼 임대료로 60년 동안 임대해 주기로 했다.

○ 삼성전자 감동시킨 현지 공무원들

이번 합작법인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의 경제개발청장이 직접 삼성전자와 질트로니크 측 사람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라면 경제부처의 사무관급이 처리할 일이었기에 더욱 감동받았다”면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의지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싱가포르의 행정처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며 “싱가포르 공무원은 기업인과 똑같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고 감탄했다.

싱가포르는 이 같은 노력으로 최근 프랑스의 유명 반도체 원자재 회사인 소이텍의 공장도 자국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하면서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했다는 사실이 본보에 보도된 뒤 동아닷컴 등 인터넷에는 각종 규제로 국내외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semol’이란 ID의 한 누리꾼은 “허울뿐인 외자 유치로 ‘우물 안 개구리’인 한국은 싱가포르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ID ‘csk201’)은 “한국 정부도 기업을 죄인 취급하지 말고 큰 가슴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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