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는 더 올랐어야…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주식시장에 이슈가 사라졌다. 관심을 끌었던 미국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으로 결정된 데다 2분기(4∼6월)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미 주가에 거의 반영돼 증시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이나 선물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는 지루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지난해 7월 장세를 떠올리며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에도 2분기 기업 실적이 안 좋았고, 세계 경제가 썩 좋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고공행진을 벌였다. 당시 상승세는 ‘한국 증시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돼 있으며, 이제 재평가를 받을 때가 됐다’는 논리에 힘입은 바 크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재평가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아직도 저평가돼 있으며,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재평가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비교가 가능해진 증시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저평가는 최근 세계적으로 극복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이후 세계 증시의 통합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대부분 증시가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나라 사이의 벽이 없어지고 주가도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또 한국 증시는 유난히 외국인의 지분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기준으로 36.1%다. 특히 코스피200지수에 들어 있는 200개 주요 기업의 외국인 비중은 40.8%나 된다.

또 국제적으로 회계기준이 통일되면서 주가가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평가돼야 할 이유도 거의 사라졌다.

한국 경제 사이클도 세계 경제와 비슷하다. 한국 경제의 축이 수출이기 때문에 경기가 세계 경제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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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 8.92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증시는 지금보다 더 오를 여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92배로 나타난다.

이는 신흥시장 가운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도(13.59배)는 물론 말레이시아(12.96배)나 필리핀(11.47배), 칠레(14.83배)나 멕시코(11.39배)보다도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의 국제 신용등급은 다른 신흥 시장이 소속된 국가보다 대부분 높게 유지되고 있다.

기업의 규모로 봐도 세계 500대 기업에 한국기업은 9개나 포함돼 있다. 증시 시가총액도 세계 11위권으로 지금처럼 저평가돼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강성모 상무는 “국가신용도나 금리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도 한국의 주가수익비율은 세계 10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 증시가 적절히 평가만 받는다면 기업 이익이 늘지 않아도 주가는 지금보다 34%가량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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