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뱃살 매니저!… 기업들 전문가 두고 맞춤 관리

  • 입력 2006년 7월 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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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챙기려는 열성이 눈물겹다. 비만 관리에서부터 식단, 작업환경 개선까지….’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회사 직원의 건강 관리를 아웃소싱하는 건강관리대행업이 한창 잘나가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헬스클럽 설치, 사내(社內) 체육 동호회 지원 등 ‘간접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원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려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직원들의 운동과 건강을 집중 관리하는 전담 직원을 따로 두고 있는 것. 직원들이 건강해질수록 전담 직원들의 인사 고과가 올라간다고 한다.》

○ ‘직원 비만관리를 책임집니다’

대웅제약 강은정(26·여) 씨는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시로 남성 사원의 배나 옆구리를 꼬집는다.

성희롱 같지만 업무의 하나다. 그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각종 운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체육 동호회를 관리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대학에서 에어로빅과 운동역학을 전공한 강 씨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2004년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돌아다니기 바쁩니다. 직원들이 앉아 있는 자세나 걷는 습관을 살피면서 교정해 주는 게 업무의 시작이죠.”

혹시라도 어깨 근육이 뭉쳐 있으면 안마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유도한다.

건강 신호등이 ‘빨간색’인 직원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권유하고, 심할 경우 직접 사내 비만 클럽이나 건강관리 클럽에 가입시킨다. 클럽 활동이 저조하면 하루에도 수차례 e메일을 보내 운동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강 씨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직원들의 건강관리 상태는 심각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앉아서 근무하는 직원이 많아 비만 관리를 주로 했다”며 “앞으로는 직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아령 운동, 요가 등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식단과 작업환경까지 챙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건강관리실은 아침부터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한 건강 이상이나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가족들의 질환에 대해 상담하기도 한다.

이곳의 박현숙(42·여) 대리는 호텔 직원 1300여 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관리자.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는 보건관리자를 두게 돼 있지만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보건관리자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유명무실하거나 활동이 저조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박 대리는 이 호텔 직원들의 실질적인 ‘건강 매니저’다.

그는 한 해 약 2억 원의 회사 예산을 직접 집행하면서 금연, 비만 등 건강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4년여 동안 간호사로 일한 경력을 활용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직원식당과 협조해 골(骨)밀도 강화에 도움이 되는 식단을 짰다.

박 대리는 “‘해조류의 날’, ‘콩 음식의 날’ 등으로 콘셉트를 정해 식단을 짜니까 직원들이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최근 호텔 레스토랑에 접시 운반용 카트를 도입한 것이나 흡연이 가능한 술집에 공기 정화기를 설치한 것도 모두 건강관리실의 제안이었다. 직원들의 작업환경 관리도 박 대리의 몫인 셈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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