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옥중 서신 전문.

  • 입력 2006년 5월 1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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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친애하는 현대·기아차그룹 가족 여러분, 최근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충격과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매우 컸을 것입니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께 글을 보냅니다.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여러분의 명예와 자부심이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합니다. 이 모두를 덕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우리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가족여러분, 물설고 낯선 해외 각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한 여러분들이 만든 자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땀흘려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유난히 떠오르고 불안해하고 있을 협력사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착잡합니다. 아울러 평소 여러분의 노고에 칭찬과 격려가 많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마음도 가지게 됩니다.

멈춤과 고난의 시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 중의 하나인 이곳에서 지나간 일들을 깊이 성찰해보고 지금까지의 경영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현대차 가족 여러분의 땀의 결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우리의 창업정신이기도 한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품질과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오로지 우리 현대차그룹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애로사항을 좀더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앞으로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 우리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비록 지금은 여러분과 함께 있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곤경에 처할수록 근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본이 있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처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근본이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본이 있어야 새로운 내일이 있다고 봅니다.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한결같이 우리 현대차그룹을 믿고 사랑해주신 수많은 고객과 주주, 그리고 세계 속의 현대자동차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 사회와 국민의 신뢰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를 염려해주고 걱정해주신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 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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