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시동생 비난 글…현대重 “왜 여론에 호소하나”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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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에게는 계절에 피는 꽃들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고, 그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것과 관련해 시동생인 정몽준(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편지를 11일 현대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편지 곳곳에 섭섭함과 분노의 감정이 드러난 ‘여과되지 않은 표현’이 많다.

현 회장은 “시삼촌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고(故) 정몽헌 회장의 형제이며 아이들의 삼촌인 정몽준 의원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그룹이 어려울 때 팔짱만 끼고 있던 정 의원이 이제 와서 정 씨 직계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한다”면서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정치 지도자로서, 기업 경영인으로서 도덕적 자질이 있는가를 의심케 한다”고까지 했다.

현 회장이 정 의원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 자칫 세간의 관심이 멀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 의원과 현대중공업은 현 회장의 공격을 무시한다는 태도다. 현대중공업의 한 임원은 “현 회장은 시동생을 비난하기 전에 현대그룹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경영권을 안 갖겠다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것인데 이런 식으로 여론에 호소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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