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조원대 주식 사회 헌납”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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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19일 정몽구(鄭夢九) 회장 부자 소유의 글로비스 지분 2250만 주(60%·약 1조 원)를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회장 부자가 소유한 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 중 상당 부분이 비자금과 관련된 재산(범죄 수익)이라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범죄 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조 원 헌납”=현대차그룹은 이날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60%를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전갑(李銓甲)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이 발표한 임직원 명의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모범을 보여야 할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개인 보유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정 회장이 보유한 1054만6000주(지분 28.12%)와 정 사장이 보유한 1195만4000주(31.88%) 등 모두 2250만 주(60%), 약 1조 원 상당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글로비스 주식 기부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현금이나 다른 주식 등을 통해 사회 환원 금액을 1조 원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베이징(北京)현대차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던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OZ332편으로 귀국했다.

▽“범죄 수익은 국가 환수도 가능”=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2001, 2002년에 출자된 글로비스 자본금 50억여 원 등 정 회장 부자가 소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 중 상당액이 비자금과 관련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으로 글로비스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 지분은 국가 환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2001년부터 시행 중인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자금세탁방지법)은 범죄 수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검찰은 이 법이 정 회장 부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 사장은 2004년 11월 글로비스 지분 20.15%를 노르웨이 해운업체인 빌헬름센에 팔아 850억여 원을 확보한 뒤 같은 해 11월 엠코 지분 25%(약 250억 원)를, 2005년 2월 기아차 지분 1.01%(약 350억 원)를 매입했다.

또 검찰은 정 사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기아차와 엠코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에서 정 사장이 소유한 기아차와 엠코의 해당 지분도 범죄 수익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업주가 회사 돈을 횡령한 경우 법인이나 주주 등 횡령의 피해자가 있으면 국가가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범죄 수익이 실제 환수될지는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한편 검찰은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부회장을 18일 소환해 조사해 오다 19일 오후 11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 사장을 20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비자금 조성과 사용 등에 개입했는지와 비자금으로 회사 지분을 늘렸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주 초 정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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