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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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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모두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입찰에서 제시된 인수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몸값’을 더 올려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까르푸는 13일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롯데그룹, 신세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이랜드 등 4곳을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주 중 한국까르푸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매각 절차를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세계적인 유통기업이 상도의를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 까르푸에 놀아난 인수업체들
까르푸는 이날 오후 1시경 “롯데쇼핑에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고 통보했다. 롯데는 즉시 이 사실을 공시했다.
하지만 나머지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나머지 업체 가운데 유력한 곳이 “어디 어디”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거론되는 업체마다 진위 여부를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비난이 일자 까르푸는 이날 오후 6시 20분경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은 롯데, 이랜드, 신세계, 테스코 등 4개 업체이며, 4곳과 모두 계약조건 협의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까르푸는 또 “롯데가 먼저 공시한 것은 해당업체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혼선의 책임을 롯데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 까르푸, 왜 이러나
까르푸가 비상식적인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인수가격이 자신들이 희망하는 가격과 큰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까르푸는 2조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인수 희망업체들은 1조5000억 원을 밑도는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까르푸의 자산가치나 영업력을 고려할 때 1조5000억 원도 많은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까르푸가 추잡한 행동을 벌이고 있다”며 “상식 밖의 협상전략에 넌더리가 난다”고까지 했다.
또 다른 참여 업체 임원은 “파행적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이번 매각 건이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세계 초일류 기업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면서 다음 주에 매각 설명회를 다시 하겠다는 것은 업체들이 써낸 가격을 모두 무시하고 처음부터 매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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