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론스타에 헐값매각 의혹…핵심3인 ‘책임 떠넘기기’

  • 입력 2006년 4월 7일 03시 04분


코멘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헐값 매입을 가능케 한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파악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이날 감사원 관계자는 “변양호(邊陽浩)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핵심 관련자 3명을 철야 조사한 결과 매각 당시 제시된 자기자본비율 6.16%의 산정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산정 및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실 금융기관 지정 기준치는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이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이 자기자본비율을 재산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매각 당시 제시된 자기자본비율과 다르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날 오후부터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등의 실무자들을 소환해 자기자본비율 조작 및 로비와 외압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2003년 7월 15일 외환은행 매각 관련 ‘10인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주형환 전 청와대 행정관 등 20여 명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5일 변 전 국장을 비롯해 김석동(金錫東·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재정경제부 차관보, 이강원(李康源·당시 외환은행장)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누가 매각을 주도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모두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다고 감사원 관계자가 전했다.

감사원은 또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회사인 모건 스탠리와 자문사인 E컨설팅 업체가 각각 60억 원과 12억 원의 수수료를 받아 일부를 다른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E사의 계좌로 입금된 수수료 12억 원 중 6억 원 이상이 수천만 원씩으로 쪼개져 50여 개의 다른 계좌로 송금됐다는 것. 감사원은 이 돈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로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외환銀노조, 론스타 제소키로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론스타를 상대로 3762억 원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6일 “외환은행이 적정 인수가액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론스타가 인수 과정에서 3762억 원의 차액을 챙겼다”며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론스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사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30일 안에 사측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론스타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낼 방침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감사원이 지적한 외환銀 매각과정 5大 문제점▼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감사원은 지금까지 관련 서류 조사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석연치 않은 대목을 여럿 찾아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 외에도 은행법의 과도한 확대 해석, 기본적인 인수합병(M&A) 절차 생략 등 의문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높으니 제3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목적이 옳았다고 해서 절차를 어겨서는 안 된다”며 “시간에 쫓겨 너무 급하게 처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공개 매각 절차는 왜 안 거쳤나

일반적으로 M&A는 투자의향서 발송 및 접수→인수 희망자에게 기업정보 공개→공개 입찰→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인수자의 정밀 실사→가격협상→본계약 체결의 절차를 거친다.

감사원의 고위 관계자는 “조흥은행 매각 때는 80여 곳에 투자의향서를 보냈는데 외환은행 매각 때는 1곳에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M&A 절차 없이 서둘러 론스타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강원(李康源) 당시 외환은행장은 “10여 곳에 간접적으로 투자 의사를 확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론스타가 유일하게 나섰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회계법인 실사는 왜 생략했나

실사는 기업 또는 금융회사의 특정 시점 자산과 부채 상태를 점검하고 미래의 경영 상태를 추정하는 것으로 회계법인이 주로 맡는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을 할 때 회계법인의 자산부채 실사 결과를 토대로 특정 금융회사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근거로 결정하는 객관성 확보의 핵심 절차였다.

그런데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는 실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감위는 “외환은행의 잠재 부실 규모를 고려할 때 경영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하지만 부실화 가능성을 판정하려면 제3자의 실사를 꼭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회계법인의 정밀 실사가 시작돼 ‘외환은행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퍼져 예금 인출 등 부작용이 우려됐다면 금감원의 약식 실사라도 했어야 하는데 이것마저 생략됐다.

○ 은행법은 고무줄인가

은행법상 국내인은 4%, 외국인은 10%까지만 은행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단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외가 인정된다.

부실 금융기관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어야 지정된다. 하지만 당시 외환은행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았다. 그래서 금감위는 ‘…등 특별한 사유’를 외환은행에 적용했다.

하지만 2003년 7월 15일 외환은행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김석동(金錫東·재정경제부 차관보)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등’에 걸면 삼라만상이 다 걸린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법인 두우의 정원진(鄭源鎭) 변호사는 “예외 조항에 ‘…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면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며 “정부가 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 론스타의 세금 안 내려는 의도 미리 알았다

2003년 9월 26일 금감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놓고 회의를 했다.

일부 금감위원이 “론스타의 투자 구조가 복잡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조세 회피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낼 뜻이 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국내 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리지캐피탈(옛 제일은행)과 칼라일(옛 한미은행) 역시 론스타처럼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금감위원들은 론스타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투자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것을 관행처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세청은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해 반드시 과세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당시 이를 너무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 은행 매각 자문을 M&A ‘부티크(소형 자문회사)’에 맡긴다?

외환은행 매각주간사회사는 모건스탠리였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추가로 E컨설팅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수수료 12억 원을 지급했고 E컨설팅은 이를 잘게 쪼갠 뒤 50개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졌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하는 E컨설팅의 당시 대표는 전 외환은행 M&A팀장이었다.

M&A 경험이 전혀 없는 소규모 회사가 거래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대형은행 M&A 매각 자문역을 맡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E컨설팅은 매각 업무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감사원과 검찰은 E컨설팅이 받은 수수료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는지 아니면 단순히 ‘전관예우’ 차원인지 조사하고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