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청 내비게이션 운전땐 못보게 한다면?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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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 안에서도 TV를 볼 수 있다’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물론 대환영이다. 항상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이 나라에서 조수석이나 뒷좌석 동승자들의 무료함은 크다. 그동안 라디오로 만족해야 했던 야구나 축구 중계방송을 이젠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이 경우 운전자도 결국 TV를 보게 된다’고 우려한다. 운전자가 1초만 TV에 시선을 빼앗겨도 그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시작되면서 이 기능이 들어간 내비게이션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저렴해진 제품 가격이 주요인이다.

하지만 먹구름도 다가오고 있다. 운전 중 TV 시청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 중소기업-대기업 시장 각축전

DMB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 전문 업체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파인디지털.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지상파 DMB 일체형 내비게이션을 시판해 월 1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오토넷이 같은 시기에 신제품을 내놨고 삼성전자도 올해 1월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해당 업체들은 “DMB 내비게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의 환상적인 결합”, “고성능 안테나를 탑재해 빠른 속도로 주행해도 안정적인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의 내비게이션 관련 업체는 40∼50개로 추산된다. 판매량은 2004년 20만 대에서 지난해 60만 대, 올해에는 100만 대로 급증할 전망. 물론 이 중에서도 DMB 시청이 가능한 제품들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안전 운전에 대한 우려도 커져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신용균 연구원은 “가령 축구 중계를 듣다 ‘슛∼골인’이란 소리가 들리면 운전하다가도 화면을 잠시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때 앞의 차가 급제동이라도 하면 바로 사고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결정적 순간에 운전자의 대응 능력이 철저히 무너진다는 뜻이다.

이 공단이 지난해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운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3.6%가 “운전 중 TV 시청은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지난해 9월 ‘주정차한 경우를 제외하고 운전자가 운전 중 DMB를 시청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면 빠르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운전 중 TV 시청이 법으로 금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은 2004년 도로교통법 ‘운전자 준수 사항’에 운전 중 TV 시청을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미국 호주 영국 등도 나라마다 10만∼2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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