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韓美 FTA협상]‘글로벌 코리아’ 경제 선진화 기회

  • 입력 2006년 2월 3일 0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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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한국은 경제규모가 커지고 외국인 투자 확대, 한미 외교관계 강화 등 부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동북아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첫 국가가 되면서 동북아 경제권의 중추로 부상하고 발언권도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 등 정치적 현안 때문에 FTA가 지연될 수 있고 국내 인프라 부족으로 외국인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중장기 고용 10만 명 증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9억∼135억 달러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돌아갈 혜택은 24억∼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연간 54억∼71억 달러(12.1∼15.1%)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도 96억∼122억 달러(29.1∼39.4%)가 증가해 대미 무역흑자는 42억∼51억 달러 줄어들게 된다.

고용은 단기적으로 농업부문의 구조조정 때문에 8만5000명이 줄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10만4000명 정도 늘 것으로 보인다.

○ 시스템 선진화로 외국인 투자 늘 듯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액 비율은 8.1%로 세계 평균인 21.7%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발표했다. 기업회계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사회 전반의 관행이 국제표준에 못 미친다는 인식 때문.

KIEP는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미 양국 간 투자가 늘어날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캐나다 등의 한국과 미국에 대한 투자가 많아진다는 것.

예를 들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자국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직접 수출하면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지사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 관세를 물지 않는다.

KIEP 이홍식(李洪植) 연구위원은 “학교, 편의시설 등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만한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FTA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미 외교관계에도 영향 미쳐

FTA가 체결되면 한국과 미국은 정치 외교적으로도 한결 가까워질 전망이다. 한국이 미국 기업의 아시아 거점이 되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0년간의 한미 안보동맹 체제가 경제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동맹 관계로 승격되는 전환점이 되는 셈이다.

경희대 유현석(柳現錫·정치외교학)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중국 주도로 재편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구도를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도 한미 FTA가 다소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를 풀어줄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 일본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기도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만큼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본은 한국이 동아시아의 허브로 부상할 것을 의식해 협상 과정에서 견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업종별 득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이 입게 될 득실은 분야별, 업종별로 다르다. 제조업에서는 자동차와 섬유업종이 이익을 보는 반면 석유화학과 기계업종에서는 수입이 늘 것으로 보인다.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등 서비스분야는 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단기간의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볼 분야는 농수산업이며 영화와 방송서비스 등 문화산업도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제조:자동차-섬유 맑음… 화학-기계 흐림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면 수출의 40%가 미국에 집중된 자동차 업종이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세단형 승용차의 경우 미국이 2.5% 수입관세를 철폐하면 현지 판매 가격이 낮아지고 마케팅도 강화할 수 있어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높은 관세로 보호하고 있는 일부 픽업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 증대 효과는 더 커진다.

현재 미국이 5∼1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섬유 및 의류 업종과 최고 48%의 관세를 매기는 신발 모자 잡화 등도 대미 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42%를 차지하는 전자제품도 FTA가 체결되면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다.

반면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때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날 품목은 화학공업 제품과 기계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항공 조선 해운 중공업 제지 등은 미국과 관련이 적어 한미 FTA가 양국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문화:장기적으로 금융-의료 경쟁력 강화

한미 FTA 협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분야다.

금융서비스업은 이미 규제가 많이 폐지됐지만 미국은 나아가 미국 금융회사가 미국 내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시장도 한국은 국내외 상관없이 비영리법인만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데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민간 영리법인이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의료법을 바꿔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田永宰)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제조업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서비스업 협상에 집중할 것”이라며 “경쟁력이 낮은 국내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KIEP는 서비스 부문 총생산이 단기적으로 2조1000억 원, 장기적으로는 3조3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들고 외국 프로그램 방송 비율도 현재 지상파 20%, 케이블 방송 50%에서 더 높여 달라고 미국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농수산:축산물-곡물 수입 늘어 피해 예상

농축수산업은 한미 FTA 체결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모든 농축산물과 낙농 제품에 대해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주장할 전망이다. FTA 협상이 체결되면 농업 생산의 경우 KIEP는 연간 2조 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조∼8조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우유와 낙농 제품의 수입은 515% 늘어나 지금도 공급 초과인 국내 낙농 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농업 부문 생산 20조 원 가운데 거의 절반가량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오복(權五復) 부연구위원은 “쇠고기 등 축산물과 과일 및 곡물의 수입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산물 수입도 연간 10∼12% 늘어나고 특히 냉동 명태의 수입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자유무역 틀을 바꾼다…한국, 美와 FTA협상 개시 선언

한국과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김현종(金鉉宗)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 오전 5시(한국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이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양국 간 공식 협상은 미 의회의 검토가 끝나는 5월 3일 시작되며 그 사이에 양국 정부는 예비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농민단체와 영화계 등의 반발로 적지 않은 사회적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여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외교부 주최로 열린 한미 FTA 공청회는 농민단체가 단상을 점거하는 바람에 세 차례 중단되는 등 파행으로 끝났다.

김 본부장은 공동 발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는 포괄적 동맹관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에 예외를 두지 않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모든 FTA에는 예외가 있다”면서도 “한국이 미국에 수출할 농산물은 없는지 공세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내년 3월경 협상을 타결하고 2008년 발효할 계획이다.

한국은 외교부 김종훈(金宗壎)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을 협상 수석대표로 임명하고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를 망라한 범정부 협상단을 꾸리기로 했다. 미국은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를 수석대표로 임명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앞으로 10년간 양국 간 교역품목의 90% 이상에 대해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져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줄지만 길게는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최고 135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 늘어나고 10만4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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