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폭발적 증가…상반기 1만676건-824억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삼성화재 특수조사팀 요원들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사기단의 계보를 그려가며 조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사고 상황을 재현하는 데 쓰이는 장난감 자동차가 여러 대 놓여 있다. 전영한 기자
삼성화재 특수조사팀 요원들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사기단의 계보를 그려가며 조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사고 상황을 재현하는 데 쓰이는 장난감 자동차가 여러 대 놓여 있다. 전영한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보험 사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길부(姜吉夫·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 건수와 금액은 1만676건, 824억 원으로 집계됐다. 》

이는 2003년 한 해 적발된 보험 사기 적발 건수(9315건)와 금액(606억 원)보다 많은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적발 건수(1만6513건)와 금액(129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별로 보면 운전자 바꿔치기가 2917건으로 가장 많고 △사고 피해 과장 2275건 △실제 사고가 없었는데 있었던 것처럼 위조 1822건 △고의 사고 1074건 등이었다.

보험 사기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나눠 보면 적발 건수는 손해보험이 9773건(91.5%), 생명보험이 903건(8.5%)으로 손해보험이 보험 사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건당 사기 금액은 고액 보장 상품이 많은 생명보험이 평균 2100만 원으로 손해보험(평균 600만 원)의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보험 사기 가담자는 2696명.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05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652명, 40대 586명 순이었다. 10대도 110명이나 포함됐다.

금감원 장상용(張祥容) 보험조사실장은 “경기 침체 여파로 생활고가 심해지고 한탕주의 심리가 팽배해진 것이 보험 사기가 급증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보험 사기 증가는 보험사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고 보험료 인상을 유발해 선의의 계약자피해로 이어진다”며 “보험 사기 조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손보사 소속 보험범죄 특수조사팀 SIU▼

○ 사례 1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는데 눈꺼풀에 외상이 없어요. 사람은 사고 직전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눈꺼풀도 다쳐야 하는데 눈만 찔려 있었거든요. 결국 마취한 뒤 자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양화재 이상영·李祥永 과장)

○ 사례 2

“서로 다른 교통사고인데 가해자들이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 사고를 낸 공통점이 있어요. 사고 유형이 비슷해 살펴봤더니 65건 모두 서울 강북지역에서 발생했어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훔친 한 사람의 범행임이 드러났습니다.”

(삼성화재 이종규·李.揆 과장)

한국 보험시장 규모는 세계 6위. 그만큼 보험금을 타 내기 위한 범죄도 많다. 수법은 치밀해지고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뛰는 보험 사기꾼 위에 나는 조사관’이 있다. 보험범죄를 담당하는 특수조사팀(SIU)이 그들이다.

손해보험협회 보험범죄방지센터 김성(金成) 조사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가 늘면서 보험범죄도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10대가 낀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IU 요원들의 활약으로 묻힐 뻔한 보험범죄가 드러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손해보험회사들은 삼성화재 40여 명, 현대해상 30여 명 등 회사별로 10∼40여 명의 조사 요원을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SIU 요원은 200여 명으로 2002년 말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경찰 출신이다.

그러나 현직 경찰과 달리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한계에 부닥치는 때가 많다. ‘이건 틀림없이 범죄다’ 싶어 조사에 착수하면 “영장 있어?”라는 반발에 봉착하기 일쑤다.

그래서 보험 기록과 병원 진단서 등을 모아 정리해 분석하고 필요하면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이들은 물론 가해자에게 진술을 부탁하기도 한다.

의심이 가면 정식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보험금이 많고 난해한 사건의 조사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사고가 난 뒤 한참 지나서야 보험금을 신청하기 때문에 ‘현장 보존’이 안 되는 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소극적일 때가 많은 점 등이 걸림돌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일부 국회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민간 조사업법’ 제정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외국처럼 민간인 탐정이 범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면 보험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해보험협회 양두석(梁斗錫) 보험범죄방지센터장은 “보험범죄로 인한 보험금 지급은 연간 1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모든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5%가량 깎아줄 수 있는 액수”라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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