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모험가 “가능성에 도전”…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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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공격적 투자와 적극적 인재 유치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공격적 투자와 적극적 인재 유치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제대로 된 기업 조직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업,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는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언제든지 ‘변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설업이 극도의 침체를 보인 올해에 작년보다 50%나 매출을 늘렸으며 고려시멘트 인수 등의 공격적 투자로 두각을 나타낸 유진그룹 유경선(柳京善·50) 회장의 ‘기업관’이다.

유 회장의 이런 생각은 유진그룹이 탄생하고 성장한 과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유진그룹의 모태(母胎)는 유 회장의 아버지인 유재필(柳在泌·72) 창업주가 1969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세운 ‘영양제과’. 지금도 슈퍼마켓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보리건빵’이 바로 이 회사 제품이다.

1970년대 군대에 건빵을 납품하면서 사업규모를 키운 유 창업주는 건설경기가 한창 떠오르던 1985년 레미콘 사업에 뛰어들어 ‘유진종합개발’을 세웠다. 또 1997년에는 케이블TV 사업을 시작해 드림씨티방송 EM미디어 등 미디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유 창업주의 장남인 유 회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던 1970년대에는 식품사업, 주거문제 해결이 관심사였던 1980년대에는 건설 자재사업, 문화적 욕구가 커진 1990년대에는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는 등 끊임없는 ‘변신’을 추구한 것이 유진그룹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연세대 중문과를 졸업한 뒤 1980년대 초 부친의 사업에 참여해 1980년대 중반 이후 레미콘 사업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했다.

이어 ‘슬래그 시멘트’ 사업에 본격 진출해 2000년 7개였던 레미콘 공장을 20개로 늘리는 등 유진종합개발을 수도권 레미콘 업계 최대 업체로 키워냈다. ‘슬래그 시멘트’는 제철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인 ‘슬래그’를 재료로 하는 시멘트 대체재다.

그는 또 국내 케이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광(光)통신망을 까는 등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 지난해 케이블방송 사업에서 584억 원 매출에 146억 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기업의 약진으로 유진그룹은 계열사 9개, 16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고 유 회장은 올해 초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 그룹은 올해 총매출 8600여억 원, 경상이익 500억 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유 회장이 원하는 ‘변화와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 확보가 전제조건. 이 때문에 그는 건설 자재업체로서는 드물게 1985년부터 대졸사원을 매년 채용하고 있다. 올해 뽑은 대졸 신입사원만 100여 명.

또 SK텔레콤 사장 등을 지낸 김대기(金大起) 씨를 부회장으로,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홍보임원을 맡았던 백기승(白起承) 씨를 홍보담당 전무로 영입하는 등 올해 들어 경영조직도 대폭 강화했다.

유 회장은 “젊은이들이 ‘이 기업에서라면 어떤 일이건 시작해 볼 수 있다’고 느끼는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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